『성검의 블랙스미스』 1권 - 성실함의 미덕.

 성검의 블랙스미스 1 - 10점
 미우라 이사오 지음, 루나 그림, 김완 옮김/서울문화사(만화)

 옛날 대륙에서는 '악마계약'을 구사한 끔찍한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기사단에 소속된 몰락 귀족 가문의 딸 세실리 캠벨은, 평온해진 이 세상에서 금기시되어 있는 악마계약의 힘을 휘두르는 부랑자를 기묘한 모양의 검으로 단칼에 물리친 청년과 만난다.
 세실리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수명이 다 된 낡은 검을 수리해줄 대장장이를 찾고 있었으나, 순식간에 그의 검에 매료되고 만다.  게다가 자신을 루크라고 소개한 수수께끼의 청년은 대장간을 하고 있다는데…
 충격적인 만남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불꽃 튀기는 기예의 작가 미우라 이사오가 현란한 검필로 자아내는 본격 판타지, 등!!장!!


『덤벼』 시리즈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고 넘어갑시다.


 작가 미우라 이사오三浦勇雄, 삽화 루나屡那.
 덤벼 시리즈 첫 작인 『크리스마스 덤벼!』가 [제 1 회 MF문고 J라이트노벨 신인상 - 심사원 특별상]을 수상해 데뷔했습니다.(같은 회에 『카노콘』과 『우울한 소녀는 흑마법으로 사랑을 한다』, 『벌레와 안구와 테디베어』 등도 있었군요. ;;)
 이 작품은 제게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는데요, 사전 조사를 거의 안 하고 읽었다가 내용이 완전히 예상외라 화들짝 놀랐거든요.
 순애소년의 열혈&러브&코미디 제1탄 스타트!!!
 -제1회 MF문고 J라이트노블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외톨이로 보내야 하는 슬픈 크리스마스이브,
 그날 밤 찾아온 이세계 리포터의 생방송스페셜 미션!
 ―4시간 안에 불행한 소녀를 구하라!!!!

 「축하드립니다!! 이가라시 씨는 산타클로스 역에 발탁되셨습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크리스마스이브. 이세계(異世界)에서 온 야리가타케라는 이름의 새빨간 슈트를 입은 여자는, 저쪽 중계방송의 기획으로 나에게 한 명의 박복한 소녀를 구하라고 미션을 내린다.
 확실히 오늘밤은 혼자. 약속 같은 건 없다. 그렇게 휩쓸린 채로 우연히 만난 소녀는 클래스메이트인 미소녀, 코토 유카리!? …… 그녀는 최근 부모님을 잃었을 터.
 방송 사정이 있으니까 4시간 안에 구하라고!? 내가 뭘 할 수 있지? 난 뭘 하면 돼!?

 자, 여러분. 어떤 작품의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제가 이 소개를 보고 생각했던 것은, 먼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를 추는 여인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사람들을 거절하는 소녀를 향해, 서투르지만 열심히 다가서서 그녀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배경도 크리스마스이고 하니 살짝 러브코메디 느낌이 나는, 하트워밍계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Die Hard였습니다.

 죽기가 힘든, 죽지 못해 사는, 브루스 윌리스 오라버님이 나오시는 그 영화 맞습니다.
 사실은 Roderick Thorp의 소설 『Nothing Lasts Forever』이 원작인 바로 그 영화 맞습니다.
 마침 배경도 크리스마스네요(..).

 진상을 알았을 때의 쇼크는 빼고 평가하자면, 저 충격적인 반전(..)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인상을 주는 부분이 없어서 무난하달까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은 시리즈였습니다. 주인공이 크게 돌출된 능력을 가졌다거나, 장소의 특이성 등이 있는 게 아니라서 액션물로서도 그다지 특징적인 부분은 안 보이거든요. 다만 소녀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고교생이라는, 어떤 의미로는 시대에 뒤쳐진 인물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주인공에게는 꽤 좋은 인상을 받았지요.

그리고 『성검의 블랙스미스』


 『덤벼』 시리즈가 총 8편으로 완결 된 다음, 새롭게 시작된 것이 이 『성검의 블랙스미스』 시리즈입니다. 현재 6권까지 발매되었으며, 코믹화, 그리고 올해 가을부터 TV 애니메이션화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해하던 차에 정발되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생각 외로 느낌이 좋은 작품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낡은 일본식 정통판타지(..)의 풍미가 묘하게 반갑네요. 장점을 좀 꼽아보면,

 주인공이 마음에 듭니다.
 본작의 주인공은 세실리 캠벨이라는 이름의 소녀로, 독립교역도시의 치안 기사단 소속입니다.말투는 하오체, 항상 진지한 성격으로, 여자다운 기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 이른바 '선머슴' 계통. 전투력은 매우 약한데(..), 반면 꿈은 높지요(..). 여성적인 면을 어필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삽화와 가끔 성희롱 당하는 장면 정도를 빼면(-_-) 남자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행동이나 사고방식도 '남성적인 성격'이라기 보다는 그냥 남자애 같은 느낌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면이 의외로 귀엽습니다(..). 1권에서 하는 행동이 [기세 좋게 덤비기] -> [겁먹기](..) -> [깨지기](..) -> [겁먹기](..) -> [용기를 내서 재도전!] 의 반복인데, 어딜 봐도 소녀가 맡을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들어요. 아주 고풍스러운 조형인데, 반면 전형적인 남성용 역할이다보니 주인공이 소녀라는 것만으로도 이미지가 전혀 달라진 것 같아요.
 전작 『덤벼』 시리즈에서도 인물의 성실하고 진지한 면모에 좋은 인상을 받았던 걸 생각해 보면, 자신의 특기를 잘 살려낸 것 같습니다. ^^

 판타지의 각종 장치가,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덤벼』 시리즈에서 조금 아쉽게 느꼈던 것이 사건 전개 쪽이었습니다. 액션 묘사에서 큰 특색이 없는 편이다 보니, 주인공의 성실하고 진지한 면모를 제외하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조금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본작에서는 그런 문제점이 상당히 많이 고쳐진 것 같습니다. 일단 『덤벼』에서 현대+고교생이라는 설정상 제약받을 수 밖에 없던 것과는 달리(다른 세계 등의 배경도 존재하지만), 환타지에서는 쓸 수 있는 장치의 수가 많거든요.
 1권에서 등장하는 것만 해도
  • 독립교역도시라는 지역적 특징
  • '옥강'을 촉매로 삼는 「기도계약」(흔히 말하는 백마법?)
  • '인간의 육체'를 촉매로 삼는 「악마계약」(흔히 말하는 흑마법?)
  • 악마계약이 마구 행해젔던 44년 전의 「대리계약전쟁 '바르바닐'」
  • 「악마」, 「마검」
  • 루크와 리사의 비밀
  • 독립교역도시를 노리는 '음모'
  • 직접적 언급은 없으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성검」(혹은, 성검이 될 검?)
 등으로 다양합니다.
 이런 소재들을 소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작품의 인상을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느슨하거나 가볍지 않은 세계관이 긴장도를 높이고, 그것을 통해 주인공의 꿋꿋하고 선량한 면모가 더 강조되는 거지요.


 3줄 요약.
 장편 예정이니 길게 봐야 하겠지만, 1권 후반의 전개도 나름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화가 된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느낌.
 이렇게 성실한 판타지 소설도 참 모처럼 봅니다. ㅠ_ㅠ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4권 - 러브코메디랑 코메디는 다르지요?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4 - 10점
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미나미에게 받은 충격적인 키스! 놀란 나머지 어안이 벙벙한 아키히사. 현장에는 F반 학생들이 나타나고 곧장 임시사문회(공개처형과 동의어)가 집행되는데!
 한편, 그런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반은 F반에 대한 무력 제재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으니! 최대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유우지가 펼치는 작전이란?
 그리고 작전 수행 때문에 납작가슴은 폭풍 속의 배처럼 마구 출렁이는데――!
 “………모순이야.” (by 무츠리니)
 러브 코미디 만발, 대망의 제4권!!


'마성의 바보' 시리즈 순항중!


 한 때 『문학소녀』 시리즈와 함께 패미통 문고의 투 톱이던, 『바시소』 시리즈. 문학소녀 시리즈가 완결된 지금은 바야흐로 원톱! 코믹화 -> TV 애니메이션화도 진행중으로 그 인기는 점점 상승! 할 것으로 추정되는 바입니다. PV도 꽤 괜찮은 퀄리티였고.

 최근 들어 가장 즐겁게 보고 있는 라이트노벨 중 하나인데, 제대로 언급한 적이 없었으므로 간단히 소개.
 인간을 평가함에 있어서 학력이 가장 우선시되는 현대 사회. 일본의 어떤 고등학교에서 그 사회적 부조리는 극에 달해, 반 배정 시험의 결과로 학습환경까지 결정지어집니다. 열등반에 들어간 먼지 가득한 교실에서, 귤 상자를 책상으로 삼아 공부해야 하는 가혹한 환경. 현대적 교육이념에 역행하는 차별교육. 그런 학교 시스템에 반항한 끝에 문제학생으로 매도되어, 정상적 교과학습 이외에도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만 하는 주인공 요시이 아키히사.
  그 모든 것을 그저 바보스러운 웃음과 함께 참아내던 그였지만, 마음에 담고 있었던 소녀 히메지 미즈키가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시험 실패로 자신과 같은 반에 들어오게 되자 분개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 뿐. '그렇다면 시험 성적으로 다른 반에게 이겨라'.
 용기를 내서 싸움에 대비하는 아키히사와 그 친구들.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상층부에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요? 노력 끝에 승리한다 해도, 그 결과는 결국 다른 자들이 자신들 때문에 차별받는 것 뿐 아닌가? 모순의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요시이 아키히사,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과연 이 싸움에서 올바른 대답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싸움의 끝에 존재하는 진실의 모습이란……?

 이런 작품은 아니고요,
 주위의 소녀들을 어느 사이엔가 전부 자신에게 빠지게 만든다는 '마성의 바보' 요시이 아키히사. 둔감함을 가장하고 차근차근 하렘을 넓혀가는 그와 함께 하는 것은, 본처 키리시마 쇼코에게서 해방될 날만을 기다리는 '책사' 사카모토 유우지, 퓨어한 도촬마 '무츠리니' 츠치야 코우타, 변환자재 성별불명의 '眞 히로인' 키노시타 히데요시.
 4인방은 하렘 확장을 위한 군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메이드 차이나드레스 카페 운영을 개시한다. 톱 웨이트리스 전원은 아키히사에게 마음을 빼앗긴 가엾은 소녀들. 그 중에는, 아직 어리디 어린 소녀도 있었으나…… (곰인형으로 꼬드겼다)
 하늘도 이 악덕을 용서하지 않으셨음인가, 이들을 물리치고 세상에 올바른 뜻(정의)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한 라이벌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업 방해, 점원 납치, 공갈, 사기…….
 학교, 그리고 축제라는 이름의 치외법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대 격전. 학교 제일의 권력자로부터의 비밀 제안. 과연 정의는 어느 쪽에 있는가!

 이런 작품도 아니고요.
 '아직 애들이로군.'
 소년, 요시이 아키히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학교에서 온 단체 여행, 그것도 그 장소가 온천이라고 하면 멍청한 생각을 떠올리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여탕을 엿보고 싶다. 혈기가 너무 넘쳐서 뇌가 제대로 돌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니까 가능한 생각이다.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요시이 아키히사는 그 소년들의 중앙에 있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단 한 사람, 키노시타 히데요시가 그 소년들 중에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이목구비, 매끄럽고 하얀 피부, 잘 어울리는 단발. 미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이지만, 그 역시 아직 어린 소년. 여탕을 엿보자는 제안에 소극적일지언정 적극적 반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요시이 아키히사는 소년들과 함께 있었다. 엄밀한 경계를 뚫고 여탕을 엿본다는 어리석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에 둔 소년의 호감을 사기 위해.
 '하지만 히데요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너의 몸이다!'
 기회는 곧 찾아오리라. 키노시타 히데요시는 같은 방, 바로 곁에서 잠들 테니까. 소문난 호인 요시이 아키히사에 대한 경계는 얕다. 무구한 소년은 곧 스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신본격 하드 XX XXX의 새로운 시대가 바로 지금 열린다!

 같은 작품도 아닙니다, 아마…… ;;

 정확히는 (1+2+3)x바보² 정도를 하면, 대충 이 작품의 특징이 나옵니다. 【(성적에 의한 분반 시험 + 시험 성적에 따라 강함이 결정되는 시험 소환수 + 시험 성적에 의한 배틀 + 러브코메디 풍 해프닝 + 히데요시)x바보²】 = 바보 풀 러프 스토리Baka fool rough story 지요.
 말 그대로 바보가 넘쳐나는 이야기로, 등장인물 전원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개그물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거침없는 악담, 유머러스한 문장, 폭력적인 히로인들(..), 마음을 치유해주는 히데요시(호모 개그와도 약간 다른 기분이…… ;;) 등등. 매 장 처음에 들어 있는 가상 시험의 오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하지만 러브코메디랑 코메디는 다릅니다


 3권 마지막의 사건이 예고했듯이, 4권은 그 동안 양념 정도로만 등장했던 연애 요소가 전면으로 부상합니다. 시리즈가 계속 진행되며 시험 배틀이라는 요소의 신선함이 많이 감소한데다, 연애 요소가 꾸준히 증가해 왔거든요. 따라서 당연한 전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조금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일단 전개의 문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가, 각 권마다 큰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1권에서는 시험 배틀, 2권에서는 학교 축제, 3권에서는 여탕 엿보기 등)해 두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이 문제를 잘 처리하지 않으면 개그에 몰입하다가 이야기가 표류하는 문제라든가, 하하호호 웃기는 했는데 아무 사건도 없었던 허무한 감각을 받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데 4권은 크게 보자면 [미나미의 키스와 연관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중간쯤에서 한 번 맥이 끊어지고 나서 헐겁게 시험 배틀 이야기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도로를 따라 달리며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공사중이라 200m쯤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기분? (..)

 그리고 또 하나, 러브코메디의 농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야기를 즐기는 인간에게는 3대 욕구 이외에도 커다란 욕망이 몇 개 있는데, 저는 그 중 하나를 '뚜쟁이의 욕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구 문명권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현대 사회의 인간은 연애/사랑에 대해 환상/동경심을 갖도록 되어 있고,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매력적이면 자신도 모르게 짝을 지으려 들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커플이 이어지는가 아닌가는 매우 중대한 관심사로, 주먹질 하느라 바빠서 심리묘사나 배경설명 할 시간 떼어먹는 헐리웃 영화에서도 남녀 커플 키스신은 길게 넣는단 말이죠. 한국에서는 모든 드라마가 '~에서 연애한다'로 끝난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다른 나라도 비슷한 듯 합니다. 다만 미국 드라마는 이 커플이 찢어졌다가 다른 커플을 만들었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하는 일이 많다는 정도?
 각설하고, 그렇기 때문에 연애 요소는 어느 장르에 넣어도 환영 받습니다. 알거 다 알만한 나이의 남자들이 칼 들고 내가 더 쎄다~ 놀이하는 소설(..)을 써야 하는 무협 작가들도 연애 요소 못 넣는다고 욕 먹을 정도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걸 잘 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마음의 문제를 파고들면 이야기는 느려지고, 인물 간의 균형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요소였던 연애 이야기가 슬금슬금 전면으로 치고 올라오거든요.
 러브코메디도 마찬가지에요. 일반적으로는 솔직하지 못함, 착각, 실수, 말할 수 없는 비밀, 인물의 세계관에 의한 충돌, 성적 특성에 대한 인식(-_-) 같은 엇갈림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 해프닝이 주된 특징이지만,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 인물의 심리가 드러나고 엇갈림 요소가 교정되며 충돌이 하나의 관계로 얽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의 둔감함과 소녀들의 호감 사이의 마찰이라는 러브코메디 요소를 코메디의 일부로만 사용해 왔던 시리즈 특성상, 이번 권에서는 그 갈 길을 조금 더 확실히 해야 했을 겁니다. 분명히 각 인물의 변화는 보였지만, [아키히사는 크면 누구랑 결혼할래?] [히데요시!] 라고 답할 것 같은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막상 중심인물로 서 있어야 할 미나미는 중반 이후에는 저 멀리 빠져 있다는 느낌이었고. ㅠ_ㅠ

 코메디와 러브코메디는 엄연히 다른데, 지금까지 한 쪽으로 쏠려 있었던 추를 조절하다가 어중간한 영역에서 멈춘 듯한 기분이라 상당히 아쉽습니다.


 2줄 요약.
 갈릴레이 갈릴레오 : "그래도 히데요시는 귀여웠다."
 이 작품이 정말 러브코메디가 되고 싶다면, 주인공이 히데요시에게 고백하려고 마음 먹는 길 밖에 없습니다.

『ARMS』 애장판 - 힘을 원하는가do you want him…… (..) 원한다면 주겠다!

ARMS 암스 완전판 1 - 10점
료우지 미나가와 지음/삼양출판사(만화)

 타카츠키 료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수께끼의 전학생 신구 하야토가 알 수 없는 적의를 보이며 그를 공격한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당황하면서도 반격하는 료. 그 때, 하야토의 팔에 이변이 발생하는데……?!
 그의 기괴한 팔의 정체는?! 'ARMS'란 무엇인가?!
 타카츠키 료와 동료들의 뜨겁고 가혹한 운명이 지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나가와 료우지皆川亮二라는 만화가


 1988년 『HEAVEN』이라는 만화가 소학관 신인 코믹 대상 소년부 입선(..)으로 데뷔.
 이후 『스프리건』, 『ARMS』, 『D-LIVE』, 『PEACE MAKER』 등의 작품을 그렸습니다. 『스프리건』은 극장판(감독이 오토모 카츠히로!), 『ARMS』는 TV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고, 두 작품 모두 게임화 되기도 했지요.

다만 두 게임 모두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스프리건은 프롬 소프트웨어 제작 게임 답게 아머드코어 같은 조작체계를 채택! 망했어요 ㅠ_ㅠ
ARMS는 플레이 해 본 적이 없지만, 표지의 압박이 너무…… 아아, 망했어요 망했어요 ㅠ_ㅠ

 그 외는 타이토에서 발매했던 PS2 게임인 『츠키요니사라바』 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기도 했습니다. 건액션 게임을 표방했던 이 작품은 한글화되어 정식발매 되었습니다만, 역시 큰 반향은 얻어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의 타이토는 거의 뭘 해도 안 되는 분위기라서(Gackt를 내세워 이슈가 되었던 Just 武俠! 『武刃街』도 망했고 ㅠ_ㅠ)…….

 작품 전체에서 헐리웃 액션 영화의 느낌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아니, 스프리건 같은 작품은 '왜 헐리웃에서 영화화 하지 않는 거야?'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해요. 다양한 SF 풍미의 소품들(강화복, 오파츠, 나노머신, 수 많은 비클 등), '배틀'보다는 '움직임'과 '파괴'가 강조되는 액션, 오락성 풍부한 스토리 등이 작품 전체에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서부물이라는 『PEACE MAKER』는 아직 미독이지만 ;;) 등장하는 '일본적' 요소들이 묘하게 '쟈포네스크' 한 분위기라는 것도 꼽아두고 싶네요(..).
 꿋꿋하게 액션 외길을 걸어온 미나가와 료우지 씨의 최고 히트작이 바로 이 『ARMS』로, 미나가와 씨는 이 작품으로 44회 소학관 만화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힘을 원하는가…… 원한다면 주겠다!


 이 작품 『ARMS』를 대표하는 두 문장이 바로 저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뻔하고 흔한 대사이고, 작중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데도 불구하고 종종 사람을 전율시킬 때가 있습니다. 크흑. ㅠ_ㅠ 저는 액션 만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베르세르크의 '바친다'와 함께 이 문장을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힘을 원하는가'라는 문장을 어떻게 번역하는 게 좋을까? -> do, do you want him? 】이라는 개그를 보고 난 이후부터는, 진지하게 볼 수 없을 때가 생겼습니다 흑.)

 너무 멀리 돌아간 것 같으니, 간단하게 작품 소개.

 주인공 타카츠키 료는 소꿉친구 아카기 카츠미와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어려서부터 서바이벌 놀이(..)를 시켰던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소년입니다. 여유있고 느긋한 성격 덕에 조금 괴짜 취급을 받는 그에게는 묘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유치원 시절 사고로 다쳤던 오른손입니다. 어째서인지 그 오른팔에 입은 상처는 금방 낫는데, 뭐, 그것 때문에 손해볼 거야 없으니까요.
 어느 날, 료의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이 한 명 등장합니다. 신구 하야토라고 하는 그 소년은 료를 죽이기 위해 여기까지 전학왔다고 하는데…… (전학생의 성별이 잘못되었냐거나, 사실은 남장미소녀냐고 묻는다면 미소녀게임이나 라이트노벨 중독증상이 의심됩니다. 치료는 불가능하니 성불하세요)
 그 때를 기점으로 료의 주위에 나타나기 시작한 습격자들. 알 수 있는 것은 습격자들이 단편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보들 뿐. 「에그리고리」라는 이름의 조직, 료의 오른손에 깃들어 있는 「ARMS」, 그리고 료의 「동료들」. 습격의 이유를 알고 「ARMS」의 비밀을 알기 위해, 출생의 비밀을 조사하게 된 료와 동료들은 횡과(학교와 집 주위에서 일본 -> 해외로) 종(현재에서 과거로, 더 먼 과거로) 양쪽으로 확대되어가는 이야기에 휘말려 들게 됩니다.
 그리고 '힘을 원하는가…… 원한다면 주겠다!'라는 물음 역시, '신기한 힘'에서 '저주'로, '저주'에서 '소망'으로 형태를 바꾸어가고…….


 처음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진부한 이야기처럼 보였다가, 급하지도 늦지도 않은 적절한 스케일 업과 함께 확장되어 가는 맛이 일품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에녹서』에서 따온 모티프를 SF적 장치와 뒤섞어 현란한 액션물로 마무리한 솜씨도 매우 훌륭하고요. 이야기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주인공 료와 그의 「ARMS」입니다만, 그 외의 인물들도 큰 스케일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가고요.
 특히 좋았던 것은,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과거의 어떤 사건이 매우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액션물의 스케일 업은 파워 싸움에 이야기의 축을 두게 되지만, 이 작품은 그 과거를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물들의 노력에 중점이 맞춰지거든요. 인물들이 버려지지 않고 꾸준히 활용되며, '변모'하게 되는 것이 그걸 뒷받침하고요. 주역인 「자○○크」의 존재위상 변화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죠. ^^;;;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대부분 보셨으리라 생각하지만, 만약 보신 적이 없다면 필독을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애장판에 대해서


 일본에서 발매되었던 와이드판을 기준으로 한 작품입니다.(12권으로 완결. 참고로 구판은 22권) 일판 와이드판 최종권에서는 「자○○크」 vs 「반더○○치」의 전투가 가필되어 있다고 하니, 일단 팬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다만 정발판은 일반 코믹스보다 조금 큰 정도라 아쉽군요. ㅠ_ㅠ 건물이든 차량이든 '파괴'를 공들여서 그리는 작가 중 한 명이라서, 조금이라도 큰 판형으로 보는 게 좋은데 말이죠. 그래도 구판보다는 조금 커졌으니 그걸로 만족을. ^^;;;
 구판과 비교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애장판의 번역은 깔끔합니다. 예전에는 박련 씨였는데, 지금은 김완 씨. 이분 번역 깔끔해서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성검의 블랙스미스』에서도 공들인 티가 나서 호감도가 많이 올랐어요(.. 이 작품 감상은 또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리고 비닐 포장을 뜯고나서야 안 건데, 일반적인 책표지 외에도 비닐 커버가 한 겹 더 들어 있습니다. 책을 든 다음 촉감이 '어라, 종이 질감이 아니다?' 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일반 커버에서는 제목과 작가 이름 부분에 은박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소장가치가 생기는 공들인 옵션이라 매우 기뻤습니다. >_<

1권에 대해서


 1권의 내용에 대한 소소한 잡상도 조금. 읽으며 떠오른 걸 쓴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 처음부터 주인공의 느긋한 성격을 꽤 어필했었군요, 이 작품.
  • 하, 하야토 완전히 악당 얼굴 (..)
  •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 최강 캐릭터는 료네 부모님 (..)
  • 아버지가 부비트랩 매설법을 가르치는 것도 좀 그렇지만, 그걸 그대로 배워서 응용하는 료도 역시 문제가 있어요. (..)
  • 평소의 료가 매우 침착하고 느긋한 것이, 반대로 '힘이 필요한 상황'의 임팩트를 강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반적으로는 위기라고 해야 할 상황을 태평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반대로 그 걸출한 솜씨로도 커버할 수 없는 위기에서는 정말 누군가에게 빌 수 밖에 없다는 느낌. 그런 상황의 힘이 있기 때문에 '힘을 원하는가…… 원한다면 주겠다!'의 인상도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 같고.
  • 조직명 「에그리고리」. 이름이 조직과 크게 관련이 있긴 하지만, 역시 그런 이름을 과시하고 다니는 것도 곤란하지 않을까 싶은데. 평범한 이름으로 위장하는 게 무난할 것 같아요('Company'니 'Ops'니 하는 식으로). 물론 너무 평범해도 곤란하긴 할 듯. 겨우 비밀조직에 들어갔더니 이름이 '신림본동 부녀자회'라면 싫겠지요. ;;
  • 초기 ARMS는 괴력+늘어난다 정도의 어필뿐이었군요.
  • 알과 제프 쌍동이……. 얘들도 초반과 후반의 갭을 생각하면 (..)
  • 소방차 터졌다 신난다!
  • 사다리차도 터졌다 아싸 신난다! (..)
  • 학교 유리창 다 깨졌다 너무 좋아! (..)
  • 스프리건에서도 그랬지만 미나가와 씨는 하이테크 웨폰보다도 정신의 수양을 중시해야 한다는 어필이 강한데, 이게 상식적인 느낌보다는 서양에서 보는 동양적 분위기에 가까워서, 쟈포네스크?! 라는 느낌(..). 물론 이런 정신적 성장 덕분에, 그래도 안 될 때 찾아오는 '힘을 원하는가……'의 임팩트가 강해지는 것 같지만.
  • 415p가 벌써 끝…… ;; 두 권 분량이어도 재밌어지는 부분에서 끝난다는 건 언제나 똑같군요. ;;



 3줄 요약

 처음 나온게 1997년이었으니 벌써 12년 전 만화로군요……. ;;
 공들인 티가 많이 나는 애장판이라 흐뭇합니다.
 어서 다음 권이 나와서, 제가 사랑하는 「○오브○○」 양이 등장했으면 좋겠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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