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 -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 - 10점
 이누무라 코로쿠 지음/서울문화사(만화)

 "공녀를 경호하며 단기로 적진 1만 2천 킬로미터 돌파. 할 수 있겠나?"
 레밤 황국의 용병 비공사 샤를르는 너무나도 황당무계한 그 지령에 귀를 의심한다. 차기 황비 파나는 '광망이 5리까지 미친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 그 파나와 자신 같은 뜨내기가 단 둘이 바다 위를 나는 여행을?! --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적국 전투기 부대가 샤를르와 파나의 조그마한 복좌식 수상정찰기 산타크루스를 압도한다!

 푸른 하늘에 적란운이 솟구치는 여름 바다 위에서 반짝이던 사랑과 공중전 이야기!


작가 소개


이누무라 코로쿠


 이누무라 코로쿠犬村 小六는 일본의 게임 크리에이터, 라이트노벨 작가이다.

 1971년, 미야자키 현 출생.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게임 플래너,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환상수호전III』, 『THE EYE OF JUDGEMENT』, 『프린세스 메이커 5』등의 제작에 참가했다.
 2004년, 엔터브레인의 패미통 문고에서 플레이스테이션2 용 게임 소프트 『Remember11 -the age of infinity-』의 노벨라이즈 작품을 간행해 작가 데뷔. 같은 해 게임 노벨라이즈 작품을 몇 작품 발표했으나 2005년부터 2006년까지의 작가로서의 작품 발표가 없어졌다.
 2007년, 2년 이상 걸린 공백기간을 지나 소학관의 가가가 문고에서 첫 오리지널 작품인 『레비아탄의 연인レヴィアタンの恋人』 시리즈의 간행을 개시. 2008년에는 단발 작품인 『어떤 비공사에 대한 추억とある飛空士への追憶』을 발표, 높은 평가를 얻었다(상세한 내용은 아래, 또는 해당 작품 항목을 참조).
 2009년 현재, 노벨라이즈 작품의 집필은 하지 않고 주로 오리지널 작품의 집필 활동을 행하고 있다.

평가


 팔리지 않는 기간이 계속되었으나[주1], 2008년에 간행된 대표작 『어떤 비공사에 대한 추억』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주2], 본인도 "작가가 놀랄 정도의 평가를 얻었다"고 코멘트하고 있다. amazon 에디터의 평가도 높아 "2008년 상반기, 놓칠 수 없는 한 권입니다."라는 감평을 얻었다[주3].

작품


 게임노벨라이즈
  • Remember11 上 [코코로 편こころ編]
    엔터브레인, 패미통 문고, 2004년 4월 19일 발매
    ISBN 978-4757718418
  • Remember11 下 [사토루 편悟編]
    엔터브레인, 패미통 문고, 2004년 6월 19일 발매
    ISBN 978-4757719033
  • 파나틱ファナティック
    엔터브레인, 패미통 문고, 2004년 8월 23일 발매)
    ISBN 978-4757719699
  • 나이트위저드 노벨 푸른 문의 계승자ナイトウィザードノベル 蒼き門の継承者
    엔터브레인, 패미통 문고, 2004년 10월 29일 발매
    ISBN 978-4757720350

 오리지널 소설
  • 레비아탄의 연인レヴィアタンの恋人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7년 6월 19일 발매
    ISBN 978-4-09-451014-0
  • 레비아탄의 연인II レヴィアタンの恋人II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7년 11월 16일 발매
    ISBN 978-4-09-451040-9
  • 레비아탄의 연인III レヴィアタンの恋人III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8년 1월 18일 발매
    ISBN 978-4-09-451046-1
  • 레비아탄의 연인IV レヴィアタンの恋人IV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8년 9월 18일 발매
    ISBN 978-4-09-451093-5
  • 어떤 비공사에 대한 추억とある飛空士への追憶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8년 2월 19일 발매
    ISBN 978-4094510522
  • 어떤 비공사에 대한 연가とある飛空士への恋歌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9년 2월 18일 발매
    ISBN 978-4-09-451121-5
  • 어떤 비공사에 대한 연가2 とある飛空士への恋歌2
    소학관, 가가가문고, 2009년 7월 17일 발매
    ISBN 978-4-09-451149-9

각주


  • 1. 만탄 브로드 편집부まんたんブロード編集部 「편집부좌담編集部座談 Mantan Editors discussion」, 『신세기 엔타메 백서2009 新世紀エンタメ白書2009』, 마이니치 신문사, 2009년 1월, 133면, ISBN 978-4-620-79330-6.
  • 2.가가가 문고 편집부ガガガ文庫編集部(2008-08-18).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가가가 편집부 로그. 소학관. 2009-02-22 열람.
    http://ga3.gagaga-lululu.jp/write/2008/08/post_90.html
  • 3.Amazon.co.jp 메시지. Amazon.co.jp. Amazon.com, Inc. 2009-02-22 열람.
    http://www.amazon.co.jp/gp/feature.html?docId=1000148516

외부 링크


  • 패미통문고 문고ファミ通文庫 文庫|주식회사 엔터 브레인株式会社エンターブレイン
    http://www.enterbrain.co.jp/product/pocketbook/fami_novel/page1.html
  • GAGAGA WIRE 가가가문고 공식 사이트ガガガ文庫公式サイト
    http://gagaga-lululu.jp/gagaga/

- 출처,
http://ja.wikipedia.org/wiki/%E7%8A%AC%E6%9D%91%E5%B0%8F%E5%85%AD


 매우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모처럼 위키피디아 번역질을 슥슥. (..)
 노벨라이즈로 라이트노벨 작가 생활을 개시(나이트위저드 노벨이라니 orz), 작가 생활 공백기인 2004년 말~2007년초까지는 『EYE OF JUDGEMENT』라든가 『프린세스메이커5』의 발매일 등이 겹치는군요. ^^;;; 발매 시기를 보면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은 『레비아탄의 연인』을 쓰던 중에 틈틈히 시간을 낸 단발성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이 호평을 받은 덕에 어느 사이엔가 『레비아탄의 연인』이 뒤쪽으로 (..)
 그 출세작(?)이라고 할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은 어떤고 하니, 분명히 출세할만 하다는 느낌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

익숙한 스토리, 뛰어난 묘사력


 작품의 메인 컨셉은 광고 문구 첫 줄에 들어간 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고귀한 신분'의 아가씨를 모시고, 큰 위험을 돌파해 나갈 것. 로맨스가 피어나기 위한 절대적인 환경을 모두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된 내적 갈등의 요소가 될 [신분 - 공녀님과 경호원], 주된 외적 갈등이 될 [적 - 적진], 이들이 지나가게 될 [배경 - 하늘/바다] 말이죠.
 작가는 '『로마의 휴일』과 『천공의 섬 라퓨타』의 안타까움과 상쾌함을 의식하며 썼다'고 하는데, 저 두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 분명하게 이 작품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공주님으로 등장한 오드리 헵번의 청순한 아름다움과 불안한 미래 예상도의 교차, '너를 태우고' 하늘을 나는 파즈의 모습 같은 것 말이죠.(『로마의 휴일』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공주님 캐릭터의 로망 중 하나?)
 작품은 그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귀족사회의 생활에 지쳐 무감정하고 자신을 잃어가고 있던 공녀님. 그 공녀님을 모시고 위험한 길을 떠나야 하는 주인공은, 무려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불태워진다고 믿는 종교]의 독실한 신자입니다. 이 사실이 상부에 공인(넵, 흔히 말하는 고자인증 -_)되어 공녀님을 모시고 떠날 영광(-_-)을 손에 넣은 거지요. 그런데 사실 이 주인공에게는 이 공녀님에 대한 오래된 연심이 있습니다.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당연히 문제가 생기고, 해프닝이 일어나고, 연심이 깃듭니다. 그 연심의 최종적인 결말은, 모두 짐작하는대로고요. 배경을 무시한 '행복한 결말'보다, '아름다운 이별'을 그려내는데 주력하는 것 역시 그렇습니다. 지극히 익숙한 스토리이고, 의외성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뛰어난 묘사력입니다.
 사실 처음에 히로인의 외모 묘사를 4페이지(..)나 하는 걸 봤을 때는 묘사 과잉이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묘사에 집중하느라 이야기의 템포를 망치는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작품의 핵심이 되는 공중전의 묘사는 긴박감이 있으면서도 디테일하거든요. 강조해야 할 장면을 강조할 수 있는 풍부한 표현력이 있고, 그런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물론 이건 낭비 맞아! 라고 느끼는 장면도 있긴 합니다만)

 파나는 말없이, 오로지 샤를르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 티 없는 눈동자에 빨려들 것만 같았다.
 깊고, 조용한 색의 두 눈동자에 흩어진 빛은 별이 반짝이는 머리 위의 하늘에도 뒤지지 않았다. 자신의 영혼이 송두리째 빨려들 것만 같은, 바닥을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정신을 놓으면 꼬리날개에서 발을 헛디뎌 바다로 떨어질 것 같았다.

 - 본격_화장실을_호소하는_공녀님 표정.avi


 특히 이 묘사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작중의 공중전 묘사입니다. 본작에 등장하는 비행기들은 수소전지(..)라는 연금술의 산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정도의 수준으로 등장합니다.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불운한 전투기로 유명한 일제 전투기 '신덴'이 주된 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수소전지도 이야기의 몇몇 문제 때문에 억지로 들어갔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 부분만 제외하면 사실 2차대전 시기와 거의 차이가 없는 거지요.
 다시 말해, 이 작품의 공중전은 뛰어난 성능의 힘으로 '펑! 죽었습니다!'하는 식이 아니라, 꼬리를 붙잡기 위해 개싸움을 벌이는 양상이 된다는 것이죠. 거대한 공중전함의 화포망을 회피하기, 성능과 수적 우세를 가진 적들 사이를 돌파하기, 필생의 적과 1:1 전투 등등 로망이라 할 만한 장면이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그런 장면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바로 그 풍부한 묘사력입니다. 때로는 부감하듯 조명하고, 때로는 인물의 사고를 그대로 전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2인승 정찰기의 뒷면에는 소중한 히로인이 탑승하고 있고, 격추는 죽음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냉정하기 위해 필사적인 주인공의 묘사가 아주 근사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승부가 결정나는 그 장면의 묘사는 묘하게 감동적이면서 짜릿한 느낌.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며 떠올린 작품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으로, 보이 밋 걸/로맨스물의 전형성 외에도 비슷한 부분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늘'의 존재가 바로 그것인데요, 마지막 장면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었지요.(제 친구는 이 작품에 대해 '이리야가 2권으로 끝난 것 같은 느낌이야.'라는 코멘트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잖아. ㅠ_ㅠ)
 그 작품 역시 다소 전형적이다 싶을 보이 밋 걸의 이야기를 뛰어난 묘사력으로 전달하는 작품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아아, 부럽습니다. 그런 능력이. ㅠ_ㅠ

 각설하고,
 익숙한 이야기가 즐겁게 받아들여질 때 흔히 [보편성]을 이야기합니다만, 저는 거기에 작은 저항감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똑같이 익숙한 이야기라도 재미있는 경우가 있고 화가 치미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면 그런 [보편성]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단 말이죠.
 위에서 말했던 대로 이 작품의 기본 컨셉은 매우 심플하고 알기 쉽습니다만, 사실은 이렇게 심플하고 알기 쉬운 컨셉을 만들고 전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덧붙여서 맛있게 되는 것과 더하면 맛을 해치는 것을 구별한다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또한 그렇게 만들어낸 뼈대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균형미 있는 살을 붙이는 것도 절대 쉽지 않지요.
 똑같이 [익숙한 것]인데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와 그러지 못하는 경우의 차이는, 그 [익숙한 것]을 얼마나 잘 알고 요리해서 깊이와 맛을 이끌어냈는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작품은 그런 노력을 통해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진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고요. ^^


 3줄 요약.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고, 추천하는데 껄끄러움이 없을 것 같은 작품이라 좋네요. ^^;;;
 후속작인『어느 비공사에 대한 연가』 도 출간된다니 기쁠 뿐입니다.
 하지만 추억/연가는 기본 세계관이 같을 뿐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라는군요. ㅠ_ㅠ

『미스터리 크로노』, 천사되기 VS 인간으로 살기.

 미스터리 크로노 1 - 10점
 쿠즈미 시키 지음, 이형진 옮김, 아마지오 코메코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너 대체 누구야?”
 “…아베 마리아. 나는 천사다.”
 혀 짧은 말투로 이야기하는 소녀를 보고 하루미 케이는 당황했다.
 소녀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리저렉터라고 하여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신비한 주사기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도 판명된다. 이런 물건이 여섯 개나 더 이 마을에 있다는 것이다.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마리아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케이는 소녀를 거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리저렉터의 행방을 추적하는 인간, 현혹되어가는 인간. 사건은 일어나고, 그리고―.
 「트릭스터스」의 쿠즈미 시키의 미스터리 최신작! -- 1권



쿠즈미 시키의 가는 길, 이능력+수수께끼


 본작의 작가인 쿠즈미 시키久住四季 씨는 1982년 생으로, 2005년 전격문고에서 『트릭스터스』를 출간하며 데뷔했습니다.(알라딘의 미스터리 크로노 서지정보에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일해라 알라딘! 일해라 대원!) 이 필명은 본명의 아나그램(철자바꾸기)으로 만든 이름이라고 하며, 곳곳에 셜록 홈즈의 패러디를 넣는 등(주역인 사쿄 시이나 교수가 '시야로쿠 호우코'라고 가명을 댄다거나, 자주 방문하는 카페의 이름이 '베이커'라든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면모가 보입니다.
 실제로 데뷔작인 『트릭스터스』 시리즈는 그다지 많지 않은 미스터리 성향의 라이트노벨로, 꽤 좋은 반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마술'이라는 이능력이 존재하는 세계에서의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당위의 문제가 있다보니, '추리소설을 모방한 마술사의 이야기' 등의 문구로 그 문제를 슬쩍 얼버무리고 있긴 합니다만(..).
 미스터리 자체는 전 세계 어디서나(한국만 빼고 -_-) 인기가 좋은 장르입니다만 라이트노벨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트릭스터스도, 누가 했는가/어떻게 했는가/왜 했는가 등의 문제를 철저히 탐구하는 작품이라고는 하기 어려웠지요. 하지만 서술트릭이나 다양한 시도를 섞어 이능력+수수께끼의 조합을 만드는데 공을 들인 작품이었던 건 확실합니다.

 잠깐 딴소리 보기
 적어도 『시○루』 시리즈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시○루』 시리즈가 이렇게 평범한 반응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시○루』 시리즈가 발매되는 그 날 대원이 폭발할 줄 알았어요! 어떻게 된거지?! 내가 알고 있는 그 폭탄 『시○루』 시리즈가 아닌가?! 아니라면 설마 카도노 코우헤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에야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을 썼단 말인가?!
 그, 그렇다면 『코○믹』이 정발되어도 학산이 불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쿠즈미 시키의 신작, 『미스터리 크로노』도 일단 그 노선을 버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천사되기 VS 인간으로 살기


 정답은 언제나 고자되기…… 가 아니라,
 본작의 전개는 일단 익숙한 전개를 따릅니다. 주인공이 자신을 천사라 말하는 소녀 마리아와 만나고, 그 소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리저렉터라는 도구를 갖고 있으며, 이 소녀를 돕기로 한 것에 의해 주인공은 비일상적인 사건에 휘말려 듭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소녀가 미소녀전사나 다른 세상으로의 가이드가 아니라는 정도일까요. 그 소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흐르던 끝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트릭을 해독하고, 범인의 동기나 행동에서 극단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섬뜩해하는 것도 흔한 전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평범한 전개인데도 작품을 맛있게 해 주는 것은, 인간의 삶과는 동떨어진 [천사]와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리저렉터]의 존재입니다.

 [천사]는 먹거나 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한 가지 점만으로도 인간보다 우월하다 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인간이 겪어야 하는 다양한 문제가 천사에게는 존재하지 않으며, 마리아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천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고픔을 느끼고, 움직이는 것도 익숙치 않아 넘어져서 다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마다 [리저렉터]를 이용해,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요. 물론 그 때마다 그 동안 쌓인 기억은 날아가버립니다만(..).
 주인공은 이런 마리아를 걱정해 그녀를 돌봐줍니다. 식사를 준비해주고, 일상 생활을 가르치며, 그녀가 해야 할 사명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지요. 마리아는 육체와 정신의 성숙도에 차이가 있어, 외견(표지 참조)과 달리 정신 연령은 매우 낮거든요. 인물과 설정 소개가 끝난 중반은, 마리아 돌보기가 중요한 비중을 갖게 됩니다. 마리아는 현실의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천사라고 칭얼대고, 주인공은 그녀가 말하는 천사의 우월함과 인간의 약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합니다. 범인이 [리저렉터]를 이용해 하려고 한 일,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생각하며 주인공은 생각하게 됩니다. [리저렉터]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갖고 싶어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겠지요. 인간은 약하고, 또한 괴물에 가까운 극단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며 복잡한 마음이 된 주인공에게 마리아는 말합니다. 인간은 싫지만, 주인공과 그 주위의 사람들은 좋아한다고.

 우월한 존재인 [천사]와, 그에 대비되는 [인간]. 그리고 그 약하고 극단적인 면이 드러나도록 하는 [리저렉터]라는 특수한 장치.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요소는 잘 준비되어 있으며, 각 요소들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도 잘 설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구조가 잘 짜여 있어서, 후속권이 기대되네요.


 3줄 요약.
 미스터리라고 광고하며 팔지만 '미스터리는 아니니까요'라며 실드를 쳐야 하는 건 어딘가 슬퍼요. ㅠ_ㅠ
 제게는 트릭스터스보다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릭스터스에 넘쳐흘렀던 백합분이 사라진 건 조금 아쉬울지도 (..)

『도시락 전쟁』, 새턴은 잉여 게임기가 아니거든요?!

 도시락 전쟁 1 - 10점
 아사우라 지음, 시바노 카이토 그림, 구자용 옮김/학산문화사(단행본)

 가난한 고교생 사토 요우는 어느 날 문득 들어간 슈퍼에서 반값에 파는 도시락을 발견한다. 거기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그는 폭풍 같은 ‘무언가’에 휘말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곳은 반값 도시락을 둘러싸고 치열한 배틀 로열이 펼쳐지는 장소였던 것이다! 그 불가사의한 싸움에 매료된 사토는, 마침 그곳에 있던 동급생 오시로이 하나와 함께 반값 도시락의 쟁취를 꾀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미녀 ‘빙결마녀’에게 무참히 패배한다. 그리고 그 미녀가 사토에게 전한 말은….


반값 도시락? 배가 불렀구나!


 본작 『도시락 전쟁』(원제 : 『ベン・トー』)은 집을 나와 기숙사에서 고교생활을 하는 주인공 사토 유우가, 우연한 계기로 반값 도시락을 둘러싼 배틀에 끼어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제대로 된 리뷰를 하기 전에 잠시, 사소한 원념을 토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접한 시기, 제 식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밥]+[고추장]+[1000원에 11개 들이 오이고추 한 팩]. 한 끼에 오이고추 하나를 먹었으니까, 이 식단으로 11끼를 먹은 거지요. 하루에 2끼만 먹었으니까 5일 하고도 한 나절. 쌀값+부식비+요리비를 다 합쳐도, 확실히 290엔 이하입니다(..). 만화 『빈민의 식탁』을 보면서 '이 더러운 부르주아지 놈들'을 읊조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엣헴.
 그런 저의 눈으로 볼 때, 이 작품의 기초 설정이 마음에 들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취사시설도 있는 기숙사니까, 조금만 신경 쓰면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거란 말이에요. 어설프게 만들어 먹으면 사 먹는 것보다 비싸다는 사실에는 분명히 공감하지만(ㅠ_ㅠ)……. 그렇다 해도 반값 도시락을 사기 위해 배틀을 벌인다니!


실제적 가치와 지나친 열의의 갭에서 오는 코미디


 하지만 실제로 읽어본 작품은 뜻밖에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반값 도시락을 노리고 모여든 '늑대'들, 개중에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강자(..)도 존재합니다. 주인공을 도시락 배틀의 세계로 인도하는 빙결마녀 유즈루이 센이나, 마도사라 불리는 카네시로 유우 등. 그런 강자들이 주인공의 재능을 인정한다거나(..), 그 성장에 감탄한다거나(..), 포섭하려 드는 등 배틀물 같은 전개가 펼쳐지지요. 반값 도시락인데……. 그거 집어먹겠다고 싸우는 건데……. 심지어 그렇게 싸울 때만 초인적 능력(..)이 발휘되는데……. ;;
 [병신 같지만 멋있어]라는 평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그와 많이 비슷합니다. 정색하고 보면 그냥 이상한 거지만(..), 조금 마음을 풀어놓고 보면 나름 멋있어 하는 한편으로 키득키득 웃을 수 있지요.
 작품을 이끌어가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해야 겠지만, 주변 인물들도 꽤 유쾌합니다. 정신 차리고보니 듬직한 전우(..)가 되어 있었던 오시로이 하나 양의 801 망상이나, 그런 하나 양을 주인공이 자꾸 끌어내는 게 못 마땅한 시라우메 우메 양이 뿌려내는 백합분이 꽤 취향. (..)


흔한 경험에서 공감을 유도하는 작품


 다만 저런 갭에서 오는 코미디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완전히 멋있는 이야기도 될 수 없고, 완전히 웃기는 이야기도 되기 어렵거든요. 작품을 읽으면서 저처럼 [이 부르주아지놈들!] 같은 감상을 느끼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
 그렇기 때문에 초반의 신선함이 넘어갈 때쯤, 작품은 슬슬 올바른 이야기를 꺼냅니다. [열심히 일한 후의 밥은 맛있다] 라거나, [성취감은 그 노력의 정도에 비례한다] 같은 이야기. 이것이 도시락 배틀에 한정되면 아무리 올바른 말이라고 해도 '...' 하는 느낌이 듭니다만, 본작에서는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근 슬쩍 다른 존재를 끼워넣고 있습니다.
 바로 '게임'입니다.

 실제로 게임은 [실제적 가치는 거의 없는데, 하는 사람들만 열내는] 대표적인 상징물 중 하나지요. 프로 게이머의 등장이라든가, 황금 알을 낳는 게임산업(..)이 부각되며 위상이 많이 올라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게임중독]과 [범죄의 원흉] 등으로 취급되고 있지요. 도시락 전쟁의 무익함과 즐거움(..)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 할 수 있고,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익숙합니다. 게임은 무의미한 짓이야! 라고 하면 화낼 사람이 많을 정도로요.
 작중 내용을 조금 언급하게 되겠습니다만, 주인공의 부모님은 두 분 다 게임광입니다. 그것도 아버지는 새턴(..), 어머니는 [게임기는 역시 자작이어야지?] 하는 괴인(..). 소프트 구입 비용 때문에 아들의 애절한 구원요청을 무시하거나(..), 게임을 하느라 화장실도 가지 않고 있다가 그만 사고를 저지를 정도로(..).
  특히 아버지가 새턴 매니아인 것이 매우 의미심장한데요, 비디오 게임계에서 세가 팬은 [높은 프라이드(세가의 기술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일!)]와 함께 [만년 2인자]의 이미지가 강하죠. 물론 옛날 이야기이고, 이제는 [초음속의 고슴도치] 소닉이 [B버튼 대쉬]의 마리오와 100m 달리기나 하는 처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만. (잠깐 눈물 좀 닦고)
 얼핏 보기에는 그저 웃음거리로 들어간 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이런 게임광의 모습은 주인공의 도시락 전쟁 참전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똑같이 외부에서 잉여 취급을 당합니다만(..), 하는 사람들은 진지하고, 노력에 따라서 큰 성취감을 얻지요.
 도시락 전쟁이라는 소재로는 공감을 사기가 어렵기 때문에(계단을 달리는 『학교의 계단』 쪽이 더 공감을 살 수 있겠지요. ;;), 이렇게 게임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게임하느라 화장실 가는 걸 꾹 참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 대해 [그냥 병신 같다]고는 말하지 않을 테고, 오히려 게임에 빠졌던 경험을 기초로 어느 정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테니까요.


 3줄 요약.
 [병신 같지만 멋있어]나, [병신 같다니 무슨 소리야!]라는 감상을 느낀다면 성공.
 하지만 후속권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도 안 가는데 (..)
 아무튼 새턴이 잉여 게임기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새턴을 잉여 게임기 취급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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