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녀식 아포칼립스』 - 자해 있음, 유혈 있음, 니힐리즘 폭발함.

 나와 마녀식 아포칼립스 1 - 10점
 미나세 하즈키 지음, 홍경화 옮김, 후지와라 와라와라 그림/학산문화사(만화)

 이것은, 나와 마녀 앞에 갑자기 나타난, 하나의 커다란 ‘연쇄’ 이야기다. 반에서 존재감 없는 소녀의 고백이라는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함’에서 나오는, 무의미한 ‘특별함’의 연쇄.
 멸망한 마술사종들. 종의 부활을 걸고 행해지는, 인간을 대역으로 한 싸움. 그것들의 존재를 알게 된 나의 옆에서, 마녀종족의 대체마술사가 된 그녀는 싸운다. 그리고 싸우기 위해 계속 행하게 된다. 슬픈 미소로, 슬픈 자상을.
 ‘평범함’과 ‘특별함’이 혼탁해지고, 우리의 눈앞에 남은 것은, 오직 무자비한―.


자해 있음, 유혈 있음, 브라보 오오 브라보!


 한 달에 대략 3~4권 정도의 라이트노벨 감상을 쓰고 있는데도, 이따금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싫어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했던 작품의 경우 거의 감상을 쓰지 않으니까, 감상을 썼던 글에서 '좋다고 생각한 점들'을 모으면 대략적인 취향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당장 저도 못할 짓이니 보류.
 사실 이 '좋다고 생각한 점'에도 여러가지 경우가 있어서, '아, 이 점은 대단해. 글쟁이 지망생으로서 참조하고 본받지 않으면!'이라는 가치 판단 이후 좋아하게 되는 경우와, '아, 너무 좋아. 이런 거 보면 몸이 노곤노곤해져~'처럼 그냥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 쪽의 취향(전자도 역시 취향이라고 생각하지만)을 요약하자면, [피가 많이 나오고, 사람이 많이 죽고, 하염 없이 땅을 파고, 서로 분쟁을 일으키고, 신파는 있지만 꿈도 희망도 없는, 극단적 작품]을 좋아합니다. (..)

 그리고 이 작품, 『나와 마녀식 아포칼립스』는 바로 그런 취향에 적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사라진 마술종족들이 부활을 하기 위해 그 근원이 되는 근원 안시unseen를 놓고 다툰다는 것이 기본 토대로, 이미 맥이 끊겨버린 그들은 어떤 조건 하에 자신들의 대행자가 될 대체마술사를 선정합니다. 이야기의 히로인인 키누타가와 메이코는 마술종족 '마녀'의 대체마술사가 되었으며, 스스로의 육체를 상실하는 조건으로 마법을 발휘하는 대상마술(Pain Magic)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비일상을 동경하던 주인공이 우연하게 메이코와 얽히게 되면서 그 싸움에 휘말려 들게 되고, 이야기는 구원이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지요.

 여러 마법종족과 그 종족마다 정해진 마법의 특징 등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만, 핵심이 되는 것은 역시 표지 암울한 이야기 전개입니다. 히로인이 자해를 통해 마법을 사용한다는 설정부터가 그다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며, 대체마술사가 되는 조건 및 대체마술사가 되어 치러야 하는 반동 역시 위험한 것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경향은 더욱 짙어져서, 일상과의 연결 고리는 점차 파괴되어 가고, 싸워서 승리한다 해도 마지막에는 비극 밖에 남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됩니다. (상당히 위험한 느낌의 표지도, 작품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겠지요…… ;;)
 이 암울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구원하는 것은,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입니다. 메이코는 심약하고 맹한 성격으로 놀리는 재미가 있는 소녀이고(..), 주인공과 사이가 좋은 듯 나쁜 듯 애매한 여동생과 소꿉친구도 소중한 만담 멤버입니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주인공의 TS 요소도 개그에 조금 기여하고요. 물론 중간중간 숨 돌린다고 생각했던 그 개그가, 나중에 가서는 암울함을 더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만 orz

니힐리즘? 솔직히 말할게요, 중2병…… ;;


 이 작품을 읽는데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표지 암울한 이야기나 유혈의 묘사보다는, 주인공의 성격입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허무해하는 고교생이라면 그다지 드문 것도 아니겠습니다만(그리고 중2병으로 불리겠죠), 이 작품의 경우 그 묘사가 상당히 공감을 사기 어려운 편입니다.
 비슷하게 하염없이 밑으로 추락해가는 느낌의 작품으로 후지와라 유우의 『레진캐스트 밀크』가 생각나는데, 그 작품의 주인공에게도 싫은 소리를 들을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타인에 의한 주인공 긍정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주는 인상은 상당히 다릅니다. 비일상에 몸을 두고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그리고 그 일상이 계속 사라져가는) 『레진캐스트 밀크』와, 주변인 모두를 무시하며 [비일상 컴 히어!!!]를 외칠 것 같은 『나와 마녀식 아포칼립스』의 호감도는 너무 달라요. ;;
 뭔가 변명을 해보고 싶지만(..), 이 작품 최대의 난관이 초반의 주인공 모습을 얼마나 참고 넘어갈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상실을 통해 소중함을 재인식한다는 일반적인 전개를 목표로 한 게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상당한 난적이에요. (..)


 3줄 요약.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여러분도 좋아해주세요~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작품.
 게다가 3권으로 출간이 중지되기까지 orz
 작가분의 신작인 『C3』도 정발예정입니다만, 구입하기 어려운 표지인 것은 매한가지 orz

『여우와 둔갑설계도』 - 원하는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인간을 원해야 하는 걸까.

 여우와 둔갑설계도 - 10점
 김주영 지음/서울문화사(만화)

 나는 아흔아홉 개의 삶을 산 구미호다. 늙어서 죽어버리는 인간 따위는 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인간이 된다면 보다 완전하고 완벽한 인간으로 둔갑하고 싶다.
 그렇지만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아직도 모르겠다.
 도대체 완벽한 둔갑 설계도를 완성할 수나 있을까?
 "나는 이제 죽으러 갈 거야"
 나는 죽었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너를 다시 만났다.
 살인마 구미호가 날 죽이던 순간, 처음으로 나는 어떤 인간이 되고 싶었다.
 네가 원하는 인간.

 명징한 주제의식, 강렬한 상상력, 거듭되는 반전의 묘미! <이카, 루즈> 김주영 작가가 펼쳐 보이는 감동의 판타지 드라마!


『이카, 루즈』의 김주영 씨의 신작!


 저는 오늘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카, 루즈』 2권과 3권 감상을 쓴 적이 없다는 걸. 어, 이상하다. 3권은 이걸로 출간 종료라는 이야기에 마음 아파서 안 썼지만, 분명히 2권 감상은 썼던 것 같은데?! ㅠ_ㅠ 어쨌든 전작인 『이카, 루즈』에 대해서는 [감상] 이카, 루즈 1권. 포스트를 참조해주세요.

 전작 『이카, 루즈』 시리즈는, 오래된 동화를 패러디해 현대에 뒤섞은 작품이었습니다. 기본 구성은 유지한 채로 현대화 시킨다거나(우렁각시도 요즘은 시설 좋은 집을 선택), 동화 자체의 관점을 바꾼다거나(블랙 웬디라든가, 싸우는 특급 에이전트 선녀님이라든가) 하는 구성이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단편적 발상 외에도, 경쾌하면서도 정서가 풍부한 문장이나 가끔 들어 있는 애틋한 에피소드 등도 매우 좋았는데……
 3권으로 출간 중단이라니 ㅠ_ㅠ 중단이라니 ㅠ_ㅠ 이후 내용은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연재 예정이십니다만, 아직 재연재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흑흑.

구미호라는 소재 활용하기


 전작인 『이카, 루즈』가 옛 동화 여럿을 가볍게 비트는 정도로만 활용했다면, 이번 『여우와 둔갑설계도』는 구미호라는 소재 하나에 집중합니다. 저는 '한국적' 운운하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편입니다만(..), 이 작품에서 구미호라는 존재를 해석하고 사용한 방식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 구미호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변신할 모습을 그려낸 '둔갑설계도'가 필요합니다.
    • 둔갑설계도에는 자신이 변신할 모습의 외견만이 아닌 성격 등 각종 정보가 기록됩니다.
      둔갑설계도를 그려내는 것에도 개인차가 있고, 숙련도가 있습니다.
  • 둔갑설계도 외에도 사람으로 변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사람의 간을 먹는 방법입니다.
    • 다만 사람의 간을 먹어 그 사람으로 변신한 경우에는 제한이 따릅니다.
      간을 먹은 상대의 정신에 차츰 침식당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것은 길어야 4~5년 정도입니다.
  • 어떤 방법을 택하든 간에, 99번의 삶을 산 구미호는 최종적으로 인간이 되어 살아가게 됩니다.
    • 이 때는 더 이상 구미호라고 할 수 없고, 질리거나 문제가 생겼다고 자신의 모습도 바꿀 수 없습니다.
    • 이것이 마지막 삶이기 때문에, 구미호들은 99번의 삶을 사는 동안 보다 완벽한 둔갑설계도를 만들기 위해 열심입니다.


 구미호라는 존재의 기본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는 해석이 붙여져 있습니다. 단순히 '인간이 되려고 한다'는 선을 넘어서, '자신이 될 인간의 모습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지요. 해답이 광고 문구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서 조금 뿜었습니다만(..), 본래 구미호가 갖고 있는 갈등 요소(다른 사람으로 위장한다는 것, 사람의 간을 먹는다는 것 등) 외에도 이렇게 추가 요소를 넣는 것으로 소재의 활용폭이 늘어나 있습니다.
 익숙하지만 신선한 느낌이었고, 이렇게 마련된 설정이 활용된 방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런 설정 아래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해서 놀라기도 했었고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후반 전개


 기초 설정도 인물 묘사도 꽤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만, 후반 전개에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용 언급이 되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만,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한 '구미호 사건'의 비중이 상당히 커서 본 주제에 힘을 줄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또 그랬다면 조금 늘어지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하고, 으음. -_-;;;
 전반적으로 인물들이 풋풋하면서도 귀여웠다는 느낌이라서(특히 남중생 두 명이 귀여웠습니다), 조금 더 이 인물들이 떠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ㅠ_ㅠ


 3줄 요약.

 구미호라는 소재를 꽤 신선하게 잘 그려낸 작품.
 기대치가 높아서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작품에 과장되거나 격렬한 연출을 기대하는 제가 나쁜 것일지도. (..)

안녕하세요, <배틀 N> 참가자 인간실격입니다. (..)

 신인발굴프로젝트<배틀 N> 오늘부터 스타트!!

 자세한 것은 최 모 편집자님 블로그에서 확인해주시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저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 인간실격입니다. 하트가 빠져 있습니다만, 그래도 접니다. 마음이 없어도, 심장이 없어도, 그래도 저는 저. 뭔가 감동하고 싶네요.

 잠시 다른 소리를 하자면, 이벤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으악, 데뷔를 건 배틀로얄이라니. 무서운 j노블]이라는 느낌이었고, 저에게 참가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셨을 때는 조금 놀랐습니다. [아, 재미있을 것 같지? 게다가 이런 이벤트에 참가해볼 기회가 여러번 있을 것 같지도 않고?]라고 생각해서 [바, 바치겠습니다!]라고 넙죽 엎드렸습니다. 물론 [어, 어쩌면?!]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만……


 참가자 발표가 나온 이후 역시 좌절.
 Blasting 님이라니 ㅠ_ㅠ Blasting 님이라니 ㅠ_ㅠ 예전, 우연한 기회에 이 분 글을 보고 쿨한 인물묘사나, 세세한 설정, 박력있는 묘사에 매우 감탄했었거든요. 최근 쓰고 계신 모 팬픽도 즐겁게 보고 있었고, '1차 창작을 하려고 하는 중'이라는 이야기에 두근두근 했었는데……
 아아아아아, 앙대! 내가 언감생심 무슨 기대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ㅠ_ㅠ


 게다가 이 원고도 아주 재미있어 보입니다! >_<
 이 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컨셉이 너무 취향입니다. 하드보일드는 로망이죠 역시! 그리고 어떻게 해도 하드보일드가 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 >_< 어렸을 때 탐정이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거나, 한국에는 탐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던 분이라면(지금은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꽤 두근두근 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참가작 이름 보고 '어?' 하실 분도 있으실 듯 한데, 참가 원고는 [때려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포스팅에서 매질해주실 분을 찾았던 바로 그 원고의 수정판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수정이 있었기 때문에, 몇몇 문장과 기초 설정을 제외하면 상당히 다른 전개가 되어 있지요. (..) 정직히 말하자면 능력 이상의 이야기를 주제도 모르고 건드렸다는 느낌으로, 쓰는 내내 역량부족을 절감했습니다. 혹시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매질해주신 분들 덕분입니다, 흑흑.


 [안될거야 난] 놀이는 접어두고(..), 독자 참가형 이벤트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재미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작품의 배틀로얄이라는 건 다시 말해 세 작품 중 하나는 출간된다는 이야기. 독자는 작품에 대해 미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고, 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투표를 할 수 있겠지요. 쓰는 쪽에서도 연재를 통해 관심 주시는 분들의 취향이라든가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고요.


 3줄 요약.
 원고 싸들고 참가하는 입장만이 아니라, 이런 식의 시도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독자로서도 <배틀 N> 이벤트가 많은 호응을 받으며 잘 치러지기를 빌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저 두 분의 원고에 뒤지지 않는 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할 텐데 ㅠ_ㅠ
 이벤트 전체의 평판을 깎아먹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불안한 매일매일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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