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스페서』 - 드물디 드문 메카물 라이트노벨.

 트레스패서 - 10점
 권병수 지음/디앤씨미디어(D&C미디어)

 때는 21세기, 인류는 갑작스레 나타난 ‘트레스패서(불법침입자)’라는 존재의 습격으로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다. 트레스패서의 습격에 살아남은 지구 북반구의 인류만이 저항하고 있을 뿐이다. ‘윤시현’은 남반구의 호주 브리즈번에서 트레스패서의 습격을 당한 끔찍한 기억을 안고 한국에 귀국해 살아가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안전지대라 불리는 한국도 결국 습격을 받아, 시현이 살던 도시도 전장이 된다.
 전장의 폐허에서, 시현은 트레스패서와 대항하는 거대 로봇 오토마타 아이언 메이든의 파일럿과 우연히 조우하게 된다. 전쟁영웅이자 천재 파일럿 ‘마술사’가 바로 자신과 얼굴이 완전히 똑같은 것에 당혹해하는 시현. 자신과 꼭 닮은 천재 파일럿 마술사와 서로의 운명을 뒤바꾸기라도 하듯, 거대한 힘에 휘말린 시현은 살아남기 위해 오토마타 아이언 메이든의 파일럿이 되어 트레스패서와 맞서 싸우게 되는데…….

 『여왕의 창기병』의 작가 권병수가 선사하는 얼터너티브 메카닉스 로망 시리즈, 스타트!


시작하기 전에 - 『여왕의 창기병』 작가가 메카물 라이트노벨을……?


 『여왕의 창기병』이라는 판타지 소설이 있습니다.
 오라(검기)나 마법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성실한 고증과 함께 현실적인 판타지를 그려내려고 노력한 작품이었지요. 극 초반부에 개인의 무력으로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최강이라 불리던 영웅 기사가 화살 무더기로 맞고 죽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과연 한 사람이 쿼럴을 몇 발이나 맞을 수 있는가에 대한, 웃긴 듯 진지한 듯 재미있는 토론 보기)
 후반부의 조금 급하다 싶은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아 있긴 합니다만, 특색있는 인물과 공들인 사건 묘사 등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지요.

 그 작가이신 권병수 씨가 메카물 라이트노벨을 쓰고 계신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왔습니다만(2008년에 있었던 시드노벨 1주년 이벤트에서 공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연 어떤 작품일지 짐작이 잘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카물에는 상당한 뻥이 요구되는 것이고(..), 그것이 『여왕의 창기병』이라는 작품에서 받았던 인상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으니까 말이죠.

 어떤 작품일지도 궁금했고, 메카물 라이트노벨이라는 게 드문 장르이기도 해서(물론 본좌 『풀메탈패닉』이 존재합니다만. ^^;;),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덕후는 어디에서나 덕후일 뿐!


 저는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중세시대 밀덕은 SF 밀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수수께끼의 적과 싸우는 아군 메카닉, 이라고 하는 에바 이후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퀸'이라든가 다양한 타입으로 분류된 적들을 보면 스타십 트루퍼스도 생각나고, 시대를 초월한 오버테크놀러지를 사용하는 무력집단이라고 하면 풀메탈패닉도 떠오르고, 그 무력집단의 중심이 되는 것은 수수께끼의 전함으로 그 메인 컴퓨터는 홀로그램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면 로스트 유니버스와 캐널 볼피드의 이름이 스쳐지나가기도 합니다.
 후술할 '불길함'을 제외하면 한 눈에 들어오는 특이점은 없어 보입니다만, 『여왕의 창기병』에서도 보였던 세계의 내적 질서에 충실하려는 노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오버 테크놀러지의 수준은 일단 현재에도 어느 정도 이론적 기술이 있는 정도이고(아닌 것도 조금 있습니다만), 그것들을 다루기 위한 과정이나 방식은 현대 병기의 것에 준하고 있어요. 정규군이 아닌 무력집단, 그것도 오버테크놀러지를 소유한 무력집단에 대한 반응 등에서도 현실적이려는 노력이 보이고요. 등장 메카들의 이름을 메탈 밴드명에서 따온 부분 등은 취향이겠지만요. ^^;;;
 용어설명이나 군데군데 붙어 있는 각주가 거슬리시는 분도 있겠지만, 바로 얼마 전에 전투요정 유키카제를 읽은 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 분위기 연출을 위한 소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오덕의 마음 이런 작품을 읽는 맛 중 하나니까. ^^;;;

 다만 1권에서 주로 보여주는 것이 메카의 강렬함, 개성, 멋짐보다는 전반적 상황의 설명 정도로 끝나는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명확히 구분지을만한 메카의 특색이 많이 부족해보여요. 로봇!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특수병기보다는 전투기 같은 인상이랄까. 트레스패서의 외견이 잘 묘사되지 않아서 상상하기 어려운 점도 마음에 걸리고요. 적의 인상이 약하면 자연스럽게 아군의 인상도 약해지는 법이니. ;;

애니메이션의 1화라면 Ok, 하지만 1권으로는?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1권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불길한' 감각입니다.
 우선 작중에 등장하는 오버테크놀러지가 그렇습니다. 내용 언급이 되므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정의로운 외계인이 지구를 지키라고 내려준 게 아닌 건 확실합니다. (..) 다음의 불안요소는 트레스패서와 맞서 싸우는 집단의 위치입니다. 그 위치가 안정적이지 못한 건 이런 작품에서는 일종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지만, 미스릴이나 NERV는 둘째치고 어찌보면 지구방위기업 다이가드보다 위상이 낮은 듯. -_-;;;
 그리고 마지막 불안감은 주인공과 관련된 요소입니다. 트레스패서에 의한 습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이 소년은 일견 평화로운 한국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신과 꼭 닮은 누군가와 조우하게 되고, 그 누군가와 닮은 모습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요.
 이런 불길함은 작품의 미래를 불분명하게 하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쉽게 추측할 수 없게 합니다. 그 뒤를 알고 싶다는 욕망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기본 동력이니까, 첫 에피소드에서 이런 밑밥을 깔아두는 건 당연한 것이겠죠. 이후의 전개를 읽기 쉬운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비교해보면 저는 후자 쪽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

 다만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수수께끼와 갈등은 일정 간격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 1권이 끝날 때까지 밑밥도 인물도 등장하기만 할 뿐, 명확한 결말이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TV판 애니메이션의 1화로서는 딱 맞아떨어질 것 같은데, 책 한 권을 읽는 동안에 소화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애니메이션 한 화는 25분이면 보지만, 책 한 권 읽는데는 그 두 배는 걸릴 테니까요)



 3줄 요약.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딱 메카물 애니메이션 1화 같은 느낌.
 아무래도 소개에 치중한 느낌이라, 조금 더 자세한 평은 2권까지 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권에서는 메카와 인물들이 보다 두각되어 나타나면 좋겠네요.

[단편 꽁트] - 『Let's! Fresh Pretty Cure』.

 ※ 이 이야기는 일부, 실화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수경씨 퇴근 안 해요?"
 "아, 이것만 마무리하고 가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수경씨 또 야근?"
 "아뇨. 곧 마무리하고 들어갈 겁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어라. 수경씨. 로컬라이징 팀 요즘 좀 한가하지 않아?"
 "낮에 회의 들어가느라 처리 못한 일이 좀 있어서요. 내일 뵙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간다. 억지웃음을 지우고 시선을 모니터로 돌리자 한숨이 나온다. 아무렇지도 않은 인사를 주고받는 게 왜 이리 피곤한 걸까.

 "앗? 수경씨 뭐예요? 왜 아직 퇴근 안 했어요?"
 "아, 팀장님……. 오늘 외근 아니셨습니까?"
 "USB 놓고 간 게 생각나서요. 거기 공인인증서 들었거든요. 그런데 수경씨는 왜 아직 남아 있어요?"
 "아, 저기, 일이 좀 있어서……."
 "어? 이번 주는 여유 있을 것 같다고 하지 않았어요? 일주세요~ 일주세요~ 하는 표정으로?"

 팀장님의 눈이 내 모니터를 훑는다. 키보드를 잡아채서는 작업중이던 엑셀 시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
 그리고 발돋음까지 해 가며 꿀밤 한 대.

 "……금요일까지 하면 된다고 한 문서를 왜 화요일에 야근까지 해서 끝내려는 거예요? 그렇게 제게서 '이, 일 없으니까 놀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작은 어깨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팀장님에겐 그게 상당히 굴욕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 그냥 마무리만 좀 하려고 한 것 뿐입니다만……."
 "매일 그렇게 '훗, 너는 네 팀원의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라는 식으로 웃기나 하고! 신입사원 주제에!"

 혼나고 있는 거긴 한데, 역시 이 작은 팀장님 상대로는 위기감이 들지 않는다. 혼나는 핀트가 조금 어긋나 있기도 하고.

 "좋아요. 일이 하고 싶으면 일을 줄게요. 따라오세요!"






 15분 후, 나는 팀장님과 잔을 맞대고 있었다.

 "수요일 밤은 역시 마셔야죠! 퇴근한 후의 한 잔, 이게 바로 직장인의 맛!"
 "오늘 화요일입니다만."
 "화요일도 마셔야죠! 하여간 수경씨는 제대로 된 직장인 되려면 멀었어요!"
 "네……."

 원래 술을 잘 못 마시기도 하지만, 팀장님이 자기 머리만한 조끼를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대는 걸 보면 기가 질린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을 때, 팀장님은 점원에게 다음 잔을 부탁하고 있었다. 안주로 나온 마카로니 과자를 얌얌 씹고 있었다.
 침묵.
 갑갑한 기분.
 팀장님은 분명히 작고 귀여워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대하기 편한 것은 아니다. 업무 관계라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상황이라면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는다. 침묵은 어색한데, 그것을 깨기 위해 말을 꺼낸다고 생각하면 더 어색하다.

 "아, 원래는 오늘 외근 수경씨 보낼 생각이었는데."
 "네……?"
 "수경씨가 조금만 더 살가운 사람이었으면 수경씨 보냈을 거라는 거예요. 일이야 잘 하겠지만 틀림없이 인상 꽝일 것 같아서 못 보냈다구요. 덕분에 외근 나가서 고생했잖아요! 힐도 신어야 하고!"
 "힐을 신으면 중학생은 되어 보이겠네요……."
 "그, 그게 문제가 아니라! 수경씨가 사람들 대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사실대로 말하세요. 일부러 없던 일 만들어서 남고 그러는 거죠? 사람들이랑 같이 퇴근하기 싫어서?"

 진실의 폭로는, 공포를 동반한다.
 깜짝 놀란 나를 향해 팀장님은 어울리지 않게도 쓰게 웃어보였다.

 "왜 그래요. 그런 사람이 수경씨 뿐인 것 같아요? 일은 빠릿빠릿하게 잘 하는데, 묘하게 사교성 제로인 사람 많거든요. 될 수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거나 하는 거 피하려고 빠져나갈 기회만 찾고 말이죠."

 그 지적은 정확했다.
 남들과 같이 퇴근하다 보면 퇴근 방향이 겹치는 사람이 있다. 인파 속에 갈린다면 적당히 이어폰을 끼고 모른척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색한 침묵에 괴로워하는 퇴근길이 된다. 그게 싫으니까 일부러 20~30분 정도 더 있다가 퇴근한다.
 퇴근만이 아니다. 업무 관계로 필요한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일에는 좀처럼 입을 열기 어렵다. 억지로 입을 열고 있으면 어느 사이엔가 분위기는 차가워지고, 곤란해하는 시선이 내게 돌아오게 되곤 했다.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을 피하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대화할 일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친 자의식. 피해의식. 어쩌면 가해망상.

 "친구들처럼 편하게 지낼 수야 없겠지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게 꽤 길잖아요. 수경 씨가 조금만 더 사람들 편하게 대했으면 좋겠는데. 아, 그렇지! 사내 동아리 같은 건 어때요? 수경 씨 취미가 뭐였더라?"
 "딱히 없습니다……."
 "독서라든가, 영화라든가, 드라마라든가 뭐 없어요? 음악은요? 꽤 비싼 mp3p 쓰고 있지 않았어요?"
 "그, 그냥……, 인기가요 듣는 정도로……."

 팀장님의 고개가 축 늘어졌다.
 배려는 정말 고맙지만,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한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힘든 사람도 있다.





 모처럼의 배려가 날아가서인지 팀장님은 살짝 지친 얼굴로 술을 들이부었다. 마시는 김에 내게도 강권해서, 나도 한계를 넘을 때까지 마시고 말았다. 침묵을 견디는 것보다는 술을 마시는 게 나았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숙취 때문에 죽을 것 같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끙끙대며 출근했다. 지옥철에서 내려 옷 매무새를 다듬고 회사 건물로 들어간다. 느리기로 유명한 엘리베이터는 한참 후에야 도착했고, 줄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비명과 함께 닫히려는 문 사이에 핸드백을 끼워넣으며 팀장님이 뛰어들어왔다. 문이 다시 열리자,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인사를 반복하며 팀장님이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상승을 개시했다. 숨은 좀 가쁜 것 같지만 나처럼 핼쓱한 얼굴은 아니다. 숙취가 없는 건 좀 부러울까.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밀착해 있다보니 시선을 둘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하는 수 없이 천장을 올려다본다. 어제 정통으로 비밀을 폭로당한 후라, 아무래도 대하기가 어렵다. 인사도 제대로 못 했구나.

 톡톡.

 가슴께를 두드리는 팀장님의 손가락에 정신이 들었다. 팀장님이 내쪽을 올려다보며 입으로 말하고 있다.

 '수.경.씨. 이.어.폰. 볼.륨. 너.무. 커.'

 깜짝 놀라 귀를 만져보니 정말이었다. 평소에는 회사 들어오기 전에 끄는데! 숙취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잊고 있었다. 볼륨도 최대라니 이게 무슨 민폐야! 부들부들 떨면서 mp3p를 꺼내서 전원을 끄는데……

 미끄러졌다.
 이어폰에 걸려 잠시 허공에 떠 있다가, 이어폰이 뽑혀 나가면서 바닥에 추락했다.
 코리버원에서 발매된 mp3p, S10.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빵빵한 출력으로, 내장 스테레오 스피커 역시 그 작은 크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소리를 뽑아낸다.

 엘리베이터 안이,

 フレッシュプリキュア!
 프레시 프리큐어!
 Fresh! Fresh! Fresh!
 はじける(レッツ!)笑顔は無敵!(フレッシュ!)
 튀어오르는(Let's) 미소는 무적이야!(Fresh!) |
 タフなハートで(チェンジ!)バージョンアップ!(フレー!フレー!)
 터프한 하트로(Change!) Version Up!(Play! Play!)


 『프레시 프리큐어! フレッシュプリキュア!』 오프닝곡으로 채워졌다. (클릭)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악!

 들통났다.
 들켜버렸다!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었는데!
 오덕, 덕후로 살면서 쌓아온 멍청하고 부끄럽고 분위기 못 읽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위장하고 있었는데! 쿨하고 성실하며 과묵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도시남자가 되기 위해 그토록 위장했는데! 게임/애니메이션 관련 곡은 mp3p 비밀 폴더에 감춰놓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지?! 그건가?! '으아아아아! 이런 기분으로는 못 있겠어!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아! 못 갈 것 같아! 어쩌지?! 그래! 그거야! 프레쉬 프리큐어 오프닝곡을 들으면 기운이 날 게 틀림없어! 프리큐어는 언제나 나에게 용기를 주었는 걸! 면접 보러 갈 때도 항상 이 노래를 들으면서 기운 낼 수 있었잖아! 오늘도 문제 없을 거야! 나에게 힘을 줘! 큐어 패션!'이라고 생각했었지?!
 죽어!
 죽어죽어!
 무심 쉬크한 도시남자는 쥐뿔! 하필이면 왜 이런 곳에서 들통나는 거야! 그것도 왜 이런 식으로!

 "수경씨."

 패닉에 빠진 나를 향해 팀장님이 말을 걸었다. 복잡한 표정, 감정을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게, 게임회사인데 설마 덕후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진 않겠지?! 그,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묘하게 그런 티가 안 나잖아! 책상 위에 피규어 올려놓는 사람도 하나도 없어! 하다 못해 건프라도 없잖아!

 "수경씨."
 "예, 예! 저, 저기요! 그게……"

広げた 手のひらは こんなに 小さいけど
펼쳐본 손바닥은 이렇게 작지만
自分でつかみとる 未来イメージ絶好調!
자신이 움켜쥘 미래의 Image는 절호조야!


 방해하지 마라 프레시 프리큐어!!!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인데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내가 우스웠던 걸까, 팀장님은 쿡 하고 웃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조용히 들어올렸다.
 
 어느 사이엔가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남자들은 오른쪽에, 여자들은 왼쪽에. 팀장님의 신호에 맞추어,

プリキュア フォーエバー(ウイッシュ!)出逢いは奇跡(イェイ!)
프리큐어 포에버!(Wish!) 만남은 기적(Yeah!)
想い結んで(チェンジ!)ガッツハツラツ(フレー!フレー!)
마음을 모아서(Change!) 근성 화려하게(Play! Play!)


 엘리베이터 안에, 남성 중창단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멍해져 있는 나를 향해, 팀장님은 다시 한 번 쿡 웃으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プリキュア ビートアップ↑(ホップ!)手に手をとって(ステップ!)
프리큐어 비트업↑(Hope!) 손에 손을 맞잡고(Step!)
ヒカリ繋いで(ジャンプ!)みんなで幸せ(ハイ!)ゲットだよ!!
빛을 연결해서(Jump!) 모두 행복을(High!) Get 하는 거야!!


 이번에는 여성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팀장님은 카라얀이 지휘를 끝낼 때 하듯, 격렬한 감정을 가득 담아 양 손을 힘껏 휘둘렀다.

フレッシュプリキュア!
프레시 프리큐어!


 남녀혼성 합창단이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메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도 정신을 차리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걸을 수가 없다. 팀장님의 부축으로 간신히 출근 체크를 하고 들어가자, 사람들은 서랍에 감추어 둔 피규어와 포스터를 꺼내느라 분주했다.

 "오래 버텼어, 수경씨. 어떻게 두 달 동안이나 티를 안 내냐……?"
 "독하더라. 뭘 해도 될 거야."
 "넌 이틀째인가 일하다말고 '냥냥냥냥~ 고져스 데카르챠~'해서 걸렸던가? 넌 너무 근성이 없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목을 뒤틀어 팀장님을 향하자, 팀장님은 정말 기뻐하는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면접보러 왔을 때는 프리큐어 키홀더를 쓰고 있었는데, 정식 출근 하게 된 뒤로는 너무 티를 안 냈잖아. 혹시 수경씨가 오덕 아니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걱정했나 몰라."

 죽을 거야.
 죽어버리고 말거야.
 그 동안 '역시 덕후는 일반인들 사이에선 고독할 뿐이야' 하며 고독감에 취해있던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당장 죽고 말 거야.

 제발 내게 힘을 줘, 큐어 패션…….



終.






 蛇足.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이 이야기의 일부는, 실화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죽고 싶다. ㅠ_ㅠ

내용 언급 100%, 에바 팬 신앙간증의 시간.

 『에바:파』 보고 왔습니다.
 복잡하거나 정제된 감상이 아니라, 그냥 떠올랐던 잡상을 적어놓기 위한 포스트입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뻥)
 안 보신 분들은 피해주시고, 아직 안 보신 에바 팬 들은 하루라도 일찍 보면 하루 빨리 행복해진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읽기


 시작 파트가 영어라서 움찔(..).
 마리 등장.
 저 슈츠가 처음부터 공개되었던 그것이구나!
 JA라도 타나 했더니(..) 에바 5호기?!
 악! 카지의 영어 발음 너무 깔끔해서 어색해. (..)
 디지털 작화는 좋은데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전투신이 잘 안 보엿! 5호기랑 싸우는 사도가 대체 어떤 형태인지 구분도 못하겠어!
 마리 성격 느긋하구나.
 의수? 어라, 상처 입으면 플러그 슈츠가 타격을 입는 것 같은 연출이네. 서에서도 이랬던가?
 사도 격파!
 격파해도 펑펑 날아가네, 참 난감한 것들.


 묘지에서 신지랑 겐도가 대화.
 ……억, 정말로 대화를 하고 있어?! 게다가 신지가 친근하게 말도 붙이고 있네?!
 그런 주제에 미사토가 아버지 이야기하면 묘하게 틱틱거림.
 미사토 보니까 너무 좋아요, 엉엉엉.


 뜬금없이 사도 습격!
 미사토 운전 솜씨 참 좋구나. 저걸 피하다니.
 그리고 에바2호기와 아스카 등장!
 공중에서 활강해 오는 장면 연출이 환상적…….
 십자궁 같은 걸로 공중에서 노려쏘기, 난사. 아스카 전투 센스 죽이네요. ㅠ_ㅠ
 이나즈마 킥! (..)
 구텐모르겐이 없어졌어! (..)
 저 차의 운명은 정말이지 ㅠ_ㅠ
 (뒤늦게 생각 : 저 녀석이 쌍둥이 사도였던 그 녀석일까 ;;)


 아스카 에바에서 내렸다. 전신상 첫 등장!
 구도는 거의 같은데 이번에는 스커트 차림이 아니구나(..). 과연 파! (여기에서 감탄해도 되나)
 높이가 장난이 아닌데 가볍게도 뛰어내리는 아스카. 엄청난 신체능력(..).
 성이 바뀐 건 알고 있었지만 구, 군계급이 생겼어! 그것도 코, 콩군 공군!
 너 바보? 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저는 대체 ㅠ_ㅠ
 군바리가 되더니 말버릇이 험해졌다…… ;;


 카지 료지, 습래.
 리츠코 가슴에 손 대면서 인사. 이것이 에바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의 인사법! (설마;;)
 미사토 표정 너무 웃겨…….


 빨대!


 일상 파트.
 빨간 바다는 그냥 세컨드 임팩트 때 그렇게 오염되었다는 설정인가. 떡밥 하나 소거?
 펭귄의 군주 펜펜!
 신지는 원래 가정적(살림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여러모로 공인. 최근 이런 작품에서는 남자 캐릭터가 요리를 잘 한다는 설정이 보편화 된 듯.
 카지 료지, 어른인 척! (..)

 
 [기적의 가치는] 에피소드 개시.
 기본 틀은 예전과 같은 것 같은데, [순간, 마음, 겹쳐서]가 없어서 그런지 더더욱 츤츤거리는 아스카. (..)
 막거나 못 막거나인 상황이니 무묘한 작전이라도 시도해야 하는 게 전투지휘관인 미사토의 딜레마……. 미사토 안티들에게는 까이는 게 일이지만, 역시 미사토에게 요구되는 건 빠른 임기응변과 결단력인 듯. 미사토 언니 너무 좋아요. 두근두근.
 에바 전 기,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 (..)
 초호기 달린다!
 초호기 점프하신다!
 초호기 격벽을 비스듬히 타고 달린다! 과연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 이 해괴한 격벽은 대체 무엇을 위해 준비해 놓은 거지?!
 속도감 쩝니다…….
 달리는 초호기 주위로 소닉붐 발생…… ;;
 신지 표정 멋있다…….
 아스카가 피니시 역할인데……, 못 맞췄어! 뭐야 저 코어! 사람을 약올리고 있어! (..)
 ……레이가 붙들었다. 오오.
 나이프 두 개 찔러넣고 점핑 니킥으로 피니시.
 아스카의 정체성 문제가 빨리도 치고 나오는 듯. 으음.
 사도를 벌써 셋이나 잡았네. ;;


 다시 일상 파트.
 아스카가 데레를 보이기 시작!
 그런데 레이의 데레가 더 세다! (..)
 레이가 너무 데레해?! 너무 자주 웃어!
 아스카도 지지 않고 데레데레…….
 신지가 준 도시락, 레이가 씻었다. 우와, 얘 호일까지 씻어놨어 (..)
 신지에게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이려고 하는 레이. 알약만 먹고 살던 애가 (..) 그보다 식칼 든 모습, 아무리 봐도 얀데……
 겐도와 데이트하는 레이. 앞에는 알약 무더기 -_-;;; 누가 이 레스토랑 폐업시켜!
 겐도와 신지가 저녁식사, 그것도 레이가 직접 만든 요리로. 아스카의 데레가 묻혀버린다……. 서에서 TV판 이상으로 큰 감흥을 받은 듯.
 레이는 へ를 江로 쓰는 습관이 있는 듯. 무슨 이유일까. ;;


 마리 떴다! 낙하산 강하 -_-;;;
 강하중이니까 안경은 안 끼는 건가…… 가 아니라 끼고 있었구나. 안경안경 ;;
 엉덩이 살랑살랑. 극장판이다 보니 인물들이 여러모로 어필하기 바쁜 듯. (..)
 성격도 그렇고 하는 행동도 그렇고 참 묘한 아가씨 (..)


 에바 3호기 관련 이야기가 나올 모양인데……, 카오루가 입은 파일럿 슈츠가 4번이었던가.
 ……어? 갑자기 인물들이 마구 사망 플래그를 ;;
 어? 아스카가 3호기 타는 거야?!
 자, 잠깐만……
 자, 자, 잠깐만요……. 쓸데없이 노출이 높은 플러그 슈츠에 감탄하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안 들거든요 지금?!


 더미 플러그도 넣네…….
 TV판 대로 가는 거야……?
 진짜네…….
 신지랑 겐도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서 겐도가 신지 사정을 봐주지 않을까 했는데…….
 저 삽입곡 타이밍이 너무 생뚱맞은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스카!



 어? 먹고 있다……. 여기서 나올 장면이 아닐텐데?!

 깨물었어?!

 

 아스카!




 네르프 뽀개버려 신지! (..)
 TV판보다 더 똑똑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역시 기절. 흑.
 아, 이 분노는 대체 어떻게 해야 ㅠ_ㅠ


 [남자의 싸움] 에피소드로 이행. (엔트리 플러그 무는 씬에서 끝나는 줄 알았다가, 이 파트에서야 간신히 안심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 사도 오셨다! 디자인도 대폭 변경!
 기본틀은 TV판과 같은 것 같은데, 2호기가…… ;;
 ……2호기를 마리가 몰고 있네. 카오루도 아니고. ;; 어라? 마리는 혹시 아스카의 클론이 아닐까?
 두루마리 휴지 사도 VS 마리!
 마리 잘 싸우네. 옛날 극장판에서 양산형 에바와 싸울 때 썼던 무기도 사용.
 인간을 넘어 짐승을 초월하여…… 범용 인간형 결전병기 에반게리온 이호기 어그레시브 체인지? (..)
 마리……, 멋있어. 언니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겠다. 그런데 이거 보통은 [형님] 포지션일 텐데. ㅠ_ㅠ
 오오, 강해보인다 에바 2호기.
 하지만 이게 [남자의 싸움] 에피소드니까…… 아, 역시 지는구나. ㅠ_ㅠ
 레이 등장!
 들고 달리던 N2 폭뢰의 디자인이 대폭 변경. 송곳이랄까 거대한 말뚝에 가까운 디자인인데, AT 필드의 형상이 변형되는 걸 보면 이런 식으로 사용할 걸 상정한 무기일지도.
 하지만 AT 필드를 뚫지 못할…… 마리 재참전! 머리가 날아간 게 아니었군. ;;
 물고 찢으며 돌격. 마리 관련 연출은 박력이 넘쳐흐르는 듯.
 하지만 결국 실패. 아쉽다. ㅠ_ㅠ


 신지와 마리, 재차 조우.
 도망치겠다고 말하는 신지를 다그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선히도 도망치라고 말해주는 마리. 역시 형님 캐릭터다 ;;
 레이는 잡아먹히고(연출이 너무 한 순간에다 만화적이어서 잠시 멍했습니다 ;;), 거대 레이화……. 와, 이제 절대로 예전 스토리대로 갈 수 없게 되고 말았어. (..)
 신지 달려라!
 [에반게리온 초호기 파일럿 이카리 신지입니다!]. TV판에서부터 좋아했던 장면이지만, 감흥은 이쪽이 더 큰 듯.(바로 이 장면 때문에 신지를 '찌질하다' 운운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반감이 들곤 했었죠, 흑흑)
 신지 출격!
 사도와 함께 사출되는 이 장면은 TV판에서부터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 ㅠ_ㅠ
 두루마리 휴지 사도님, TV판보다도 저항이 강력. ;;
 전원이 끊긴 에바. 하지만 [여기에는 레이 팬과, 아스카 팬과, 내 팬이 있다! 움직이지 못할 리 없어!] (..)
 기합으로 움직이는 에바(..). 역시 [각성]은 최고급 정신기.
 왼팔에…… 샤이닝 핑거? 가메라 3?!
 헤, 헤일로. 천사화! 복음이 울려퍼진다! 『천사대전 엔젤 기어』 플레이를 해봐야 할 텐데
 사도를 튕겨내는 모습에서 정8각형 사도님이 떠올랐고, 눈에서 빔도……. 사도 능력을 쓰는 건가! 그 다음 순간 슈로대에 에바가 참전했을 때를 그리고 있는 나님! (-_-)
 가만히 있던 리츠코가 전혀 과학자답지 않아보이는 내용을 열심히 피로. 더블오 생각난다 (..)
 세츠나는 GN 단물의 힘으로 세느님이라고 불리니까, 신지도 이대로라면 신님으로 불리게 되는 걸까.

 (사실 이 때는 잡상 다 잊고 그냥 눈물 닦고 훌쩍거리느라 정신 없는 중이었습니다. ㅠ_ㅠ)


 아, 끝났다.
 "수, 수습을 어떻게 할 셈이지?" 라고 지인과 잡담. "어떻게든 하겠지, 뭐……"라는 답변.
 엔딩곡은 여전히 Beautiful World구나. 속으로 흥얼흥얼.
 스탭롤에서 OKAMA라는 이름을 발견. (..)


 나기사 카오루 등장.
 "이번에는 꼭 행복하게 해줄게."
 얀데레 플래그 떴다! (..)
 차회 예고, 히말라야 등정이라도 하는지 털옷 입고 산에 오르는 겐도와 안대를 한 아스카가 눈에 들어왔다. 죽을 리가 없지, 흑흑.
 미사토의 [서비스 서비스!] 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터져나온 박수. 멍하게 질린 상태로 박수.
 옆에 있던 지인을 보고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걸까……" 라고 생각.


 돌아오는 길에는 전화를 걸어 친구들에게 에바:파를 찬양하는 사람들 투성이.
 저는 한국에서 가장 오덕 농도가 높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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