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나도 말야,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어. 내게 손을 내밀어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도 이런 나를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넌 좋은 사람이야. 자기도 힘들 텐데, 항상 날 먼저 걱정해줬어. 그, 뭐, 결점이 없다곤 할 수 없지만, 솔직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사람이었어. 나는 내가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 내가 이렇게 엉망이 된 이유는 그저 내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었거든.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어떻게든’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 언제나 구체적이지 못하다. 시야는 뿌옇고 귀에는 잡음뿐. 그래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쪽의 대답도 닿지 않는다.
 “넌 괜찮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생각해. 힘겨운 짐에 네 어깨가 짓눌리고, 부담감과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널 보면서 생각해. 어느 순간, 결국 한계를 넘었을 때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를.”
 “나는 괜찮아! 그런 일 따위 없어!”
 “너 따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그녀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눈가엔 눈물이 고인다.
 “알겠어? 내가 싫은 건 그것 때문에 내가 나를 더 싫어하게 된다는 거야.”

 같은 소리를 진심으로 쓰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가끔 저렇게 온갖 상황을 자학의 근거로 삼곤 합니다.
 [나를 싫어한다고? 당연해. 이런 인간인걸.] or [나를 좋아한다고? 내게 그런 가치가 있을까?] 처럼.

 그래도 오늘은 묘하게 달달한 기분.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서 지금 얼마나 달콤한 기분인지 자랑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잠을 설친 누군가가 불행해지겠죠. (..)

 아무 이유도 맥락도 없이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라, 소중히 기억해 두고 싶어서 포스팅 해둡니다.


 ps.
 하지만 저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고,
 진도는 전혀 안 나가고 있을 뿐이고,
 내일은 그 일로 면담을 해야 할 뿐이고,
 [에헷, 어젯밤에 갑자기 돌발행복증이 발작해서 아무 것도 준비 못 했는데요]라고 말하게 될 것 같을 뿐이고,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그럴 것 같을 뿐이고,
 면담이 무섭고, 엄마가 보고 싶고, 많이 보고 싶고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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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leipnir 2009/10/06 05:13 # 답글

    한밤에 이게 웬 센티멘탈&멜랑꼴리한 글...
    힘내시길 바랍니드앙.
  • 인간♡실격 2009/10/06 06:00 #

    한 밤이니까 쓰는 거지요, 흑흑.
    그나저나 결국 정리 못하고 자러 가야겠군요. 으음. ;;
  • 현골 2009/10/06 07:41 # 답글

    난 자비심이 없다능,
    이건 그냥 뻘글에 불과하지!!!!!!


    ...그러니까 화이팅이요.
  • 인간♡실격 2009/10/06 13:34 #

    아니, [아, 너무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아~ >_<]라는 글을 썬느데, 뭔가 심각한 오해가 (..)
  • 눈물사용법 2009/10/06 09:39 # 답글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추석음식을 못먹은 후유증인가.
  • 인간♡실격 2009/10/06 13:34 #

    먹었어. 송편 사서 먹었지... ;;
  • DOSKHARAAS 2009/10/06 12:17 # 답글

    뭡니까;;; 무슨일입니까;;;;
  • 인간♡실격 2009/10/06 13:35 #

    별일 없었스빈다.
    기분은 여전히 즐거운 상태. 그저 해야 할 일을 못 했을 뿐 orz
  • DOSKHARAAS 2009/10/06 15:11 #

    연애하는 자, 사랑받는 자는 나으 원쑤
  • 인간♡실격 2009/10/07 01:17 #

    원수를 사랑하세요 -> 원수를 사랑하니까 그 자가 나으 원쑤 -> 원수를 사랑……
  • 외길 2009/10/06 14:55 # 답글

    센티멘털한 잉간실격씨
  • 인간♡실격 2009/10/07 01:14 #

    가을이니까요.
  • kurame 2009/10/06 23:24 # 답글

    이제 우울해지실 일만 남았군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농담입니다. 힘내세요~
  • 인간♡실격 2009/10/07 01:17 #

    어찌어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괜찮을지도. (..)
  • garleng 2009/10/07 03:26 # 삭제 답글

    그래서, 면담은 어떻게 되었습니...
  • 인간♡실격 2009/10/08 18:16 #

    덧글을 달고 있다는 것은, 용케 살아 돌아왔다는 의미. (..)
  • Flame 2009/10/07 20:22 # 답글

    괜찮아요 저는 아직 사랑하고 있어요.

    (.......응?)
  • 인간♡실격 2009/10/08 18:17 #

    제 사랑은 식었습니다.
    (츤데레의 황금 비율은 데레가 2, 츤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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