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크로노』, 천사되기 VS 인간으로 살기.

 미스터리 크로노 1 - 10점
 쿠즈미 시키 지음, 이형진 옮김, 아마지오 코메코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너 대체 누구야?”
 “…아베 마리아. 나는 천사다.”
 혀 짧은 말투로 이야기하는 소녀를 보고 하루미 케이는 당황했다.
 소녀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리저렉터라고 하여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신비한 주사기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도 판명된다. 이런 물건이 여섯 개나 더 이 마을에 있다는 것이다.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마리아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케이는 소녀를 거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리저렉터의 행방을 추적하는 인간, 현혹되어가는 인간. 사건은 일어나고, 그리고―.
 「트릭스터스」의 쿠즈미 시키의 미스터리 최신작! -- 1권



쿠즈미 시키의 가는 길, 이능력+수수께끼


 본작의 작가인 쿠즈미 시키久住四季 씨는 1982년 생으로, 2005년 전격문고에서 『트릭스터스』를 출간하며 데뷔했습니다.(알라딘의 미스터리 크로노 서지정보에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일해라 알라딘! 일해라 대원!) 이 필명은 본명의 아나그램(철자바꾸기)으로 만든 이름이라고 하며, 곳곳에 셜록 홈즈의 패러디를 넣는 등(주역인 사쿄 시이나 교수가 '시야로쿠 호우코'라고 가명을 댄다거나, 자주 방문하는 카페의 이름이 '베이커'라든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면모가 보입니다.
 실제로 데뷔작인 『트릭스터스』 시리즈는 그다지 많지 않은 미스터리 성향의 라이트노벨로, 꽤 좋은 반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마술'이라는 이능력이 존재하는 세계에서의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당위의 문제가 있다보니, '추리소설을 모방한 마술사의 이야기' 등의 문구로 그 문제를 슬쩍 얼버무리고 있긴 합니다만(..).
 미스터리 자체는 전 세계 어디서나(한국만 빼고 -_-) 인기가 좋은 장르입니다만 라이트노벨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트릭스터스도, 누가 했는가/어떻게 했는가/왜 했는가 등의 문제를 철저히 탐구하는 작품이라고는 하기 어려웠지요. 하지만 서술트릭이나 다양한 시도를 섞어 이능력+수수께끼의 조합을 만드는데 공을 들인 작품이었던 건 확실합니다.

 잠깐 딴소리 보기
 적어도 『시○루』 시리즈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시○루』 시리즈가 이렇게 평범한 반응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는 『시○루』 시리즈가 발매되는 그 날 대원이 폭발할 줄 알았어요! 어떻게 된거지?! 내가 알고 있는 그 폭탄 『시○루』 시리즈가 아닌가?! 아니라면 설마 카도노 코우헤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에야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을 썼단 말인가?!
 그, 그렇다면 『코○믹』이 정발되어도 학산이 불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쿠즈미 시키의 신작, 『미스터리 크로노』도 일단 그 노선을 버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천사되기 VS 인간으로 살기


 정답은 언제나 고자되기…… 가 아니라,
 본작의 전개는 일단 익숙한 전개를 따릅니다. 주인공이 자신을 천사라 말하는 소녀 마리아와 만나고, 그 소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리저렉터라는 도구를 갖고 있으며, 이 소녀를 돕기로 한 것에 의해 주인공은 비일상적인 사건에 휘말려 듭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소녀가 미소녀전사나 다른 세상으로의 가이드가 아니라는 정도일까요. 그 소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흐르던 끝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트릭을 해독하고, 범인의 동기나 행동에서 극단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섬뜩해하는 것도 흔한 전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평범한 전개인데도 작품을 맛있게 해 주는 것은, 인간의 삶과는 동떨어진 [천사]와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리저렉터]의 존재입니다.

 [천사]는 먹거나 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한 가지 점만으로도 인간보다 우월하다 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인간이 겪어야 하는 다양한 문제가 천사에게는 존재하지 않으며, 마리아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천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고픔을 느끼고, 움직이는 것도 익숙치 않아 넘어져서 다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마다 [리저렉터]를 이용해,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요. 물론 그 때마다 그 동안 쌓인 기억은 날아가버립니다만(..).
 주인공은 이런 마리아를 걱정해 그녀를 돌봐줍니다. 식사를 준비해주고, 일상 생활을 가르치며, 그녀가 해야 할 사명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지요. 마리아는 육체와 정신의 성숙도에 차이가 있어, 외견(표지 참조)과 달리 정신 연령은 매우 낮거든요. 인물과 설정 소개가 끝난 중반은, 마리아 돌보기가 중요한 비중을 갖게 됩니다. 마리아는 현실의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천사라고 칭얼대고, 주인공은 그녀가 말하는 천사의 우월함과 인간의 약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합니다. 범인이 [리저렉터]를 이용해 하려고 한 일,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생각하며 주인공은 생각하게 됩니다. [리저렉터]는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갖고 싶어 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겠지요. 인간은 약하고, 또한 괴물에 가까운 극단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하며 복잡한 마음이 된 주인공에게 마리아는 말합니다. 인간은 싫지만, 주인공과 그 주위의 사람들은 좋아한다고.

 우월한 존재인 [천사]와, 그에 대비되는 [인간]. 그리고 그 약하고 극단적인 면이 드러나도록 하는 [리저렉터]라는 특수한 장치.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요소는 잘 준비되어 있으며, 각 요소들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도 잘 설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구조가 잘 짜여 있어서, 후속권이 기대되네요.


 3줄 요약.
 미스터리라고 광고하며 팔지만 '미스터리는 아니니까요'라며 실드를 쳐야 하는 건 어딘가 슬퍼요. ㅠ_ㅠ
 제게는 트릭스터스보다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릭스터스에 넘쳐흘렀던 백합분이 사라진 건 조금 아쉬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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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시오 2009/09/17 11:15 # 답글

    ...왜 요즘 이렇게 재미있을 것 같은 책만 포스팅 하시나요...;
  • 인간♡실격 2009/09/17 11:17 #

    이번달 감상 쓸 책이 아직 남았습니다(...............).
    '이건 안심하고 추천해도 되겠다~' 싶은 책 한 권과, '아, 난 이 작품 너무 좋아~' 싶은 책 두 권이... (..)
  • 시오 2009/09/17 11:19 #

    와앗 기대되어요>_< 슬슬 라노베 사는 게 줄어들고 있어서 아 이제 라노베 안 모으는 시기가 돌아왔는가 했더니 인간♡실격 님 덕에 라노베 안 모으는 시기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도 언니~ 라고 불러도 되는건가요(....)
  • 인간♡실격 2009/09/17 11:27 #

    그것은 판갤러에게만 허가된 권리! (..) 가 아니라, 괜찮습니다~ >_<
    제 마음에 든 작품 중에 시오님 마음에도 드는 작품이 있어야 할텐데, 그게 걱정일 뿐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생각하긴 해도 결국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게 되는 것이라, 추천드린 작품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드셨던 것 같으면 죄송스러워서. ^^;;;
  • 크로이츠 2009/09/17 11:24 # 답글

    이능력 미스터리라고 하니 후카미 마코토의 데뷔작이 생각나는군요.
    격투가 미스터리입니다만 밀실살인의 트릭이 '벽을 통과하는 충격파로 죽였다'라든가 '머리카락을 강화해서 찔러 죽였다'라든가...
  • 인간♡실격 2009/09/17 11:31 #

    후카미 마코토라면 영건 카르나발의 그 사람입니까! (..)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군요. 한 번 찾아봐야 할 듯.
    그, 그런데 '격투가 미스터리'라니 대체 (..)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도 이능력이 전제된 작품이라는 듯 해서 관심은 있는데, 막상 읽어본 적이 없군요. 책을 사 두고 한참 후에 나오는 정발본을 읽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orz
  • isgray 2009/09/17 11:40 #

    벽을 통과하는 충격파라니... 무당파 출신의 면장의 고수...라고 우리나라에선 생각할 듯;
  • 인간♡실격 2009/09/17 11:46 #

    면장이라고 하면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장법' 아니었나요. 격산타우 정도가 어울릴 듯 (..)
  • isgray 2009/09/17 11:56 #

    격산타우면 시체도 안남을...
  • 인간♡실격 2009/09/17 16:30 #

    시체가 안 남으면 증거인멸도 되고 완벽한데요 (..)
  • isgray 2009/09/17 19:16 #

    어?
  • isgray 2009/09/17 11:38 # 답글

    카도노는 (한국에선) 갈수록 잊혀져 가는 듯... 아니, 완전히 잊혀졌나;
  • 인간♡실격 2009/09/17 11:47 #

    저는 여전히 좋아하지만, 역시 부기팝 초기 때나 비트의 디시플린 정도까지가 좋았다는 느낌? 솔직히 사건 시리즈나 시즈루 시리즈, 명왕과 짐승의 댄스는 계약 기간 거의 다 끝나가서 낸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 인덱스 2009/09/17 13:08 # 삭제 답글

    정답은 일본을 공격한다.
  • 인간♡실격 2009/09/17 16:30 #

    인덱스 언니가 그 선봉에 서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월신초 2009/09/17 13:08 # 답글

    인실언니는 계속 사야할 책을 늘려주셔서 곤란하옵니다
  • 인간♡실격 2009/09/17 16:32 #

    사실 저부터가 곤란합니다 (..)
  • Flame 2009/09/17 14:43 # 답글

    음.... 제 재정을 더이상 파탄내지 마세요.,....orz
  • 인간♡실격 2009/09/17 16:33 #

    저와 같이 지옥에 가시죠 (..)
  • 리셋⁴ 2009/09/17 15:02 # 답글

    트릭스터스의 혹평에 불만이 많았었어요. 이딴걸 추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분노하는 분들이 좀 있었는데, 솔직히 그 보다 허접한 트릭을 가진 유명한 추리의 고전들도 넘쳐나지 않았었나요. "이정도면 라노베치고 엄청나게 준수하고 추리라는 장르 중에서도 못해도 평균은 되잖아...!!" 라고 속으로 분누를 삼켰...ㅠㅠ

    문제는 3권 이후 1년이 넘게 4권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바로 구입하려다가 아마존에서 확인해 보니, 좌절하지 않을 수 없는 정보가...OTL

    결과적으로 구입 포기. 안팔려서 안나오는 것이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만.....

    트릭스터스 2부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 인간♡실격 2009/09/17 16:46 #

    미스터리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고전은 요즘 기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니(그 고전의 토대 아래 세워진게 요즘이니까), 시대상을 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고. 사실 기대에 걸맞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대중문화의 가장 큰 사명이기도 하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일 듯. 저야 [너무 까탈스러우면 재미있는 게 줄어들잖아?]라는 입장이라서, 너무 분노하시면 좀 무섭지만. ^^;;;

    2009년 8월 신간으로 『鷲見ヶ原うぐいすの論証』이 나온 걸 보면, 인기가 없어서 시리즈를 접은 걸지도 모르겠군요오오오오오오 orz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연재중단작만 좋아하게 된다]는 저의 저주가 오프라인으로, 일본에까지 퍼져나간 걸까요오오오오 orz
  • Flame 2009/09/17 16:56 # 답글

    사실 제가 산 책들 대부분도 연재중단이.....OTL
  • 인간♡실격 2009/09/17 16:58 #

    저주의 힘이 그토록 강력한 사람들이 모여, 현재 모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를 지지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Flame 2009/09/17 17:01 # 답글

    ....반응 너무 빨라요?!
  • 인간♡실격 2009/09/17 18:30 #

    가끔 그런 때도 있습니다.
  • kurame 2009/09/18 18:44 # 답글

    클릭할때마다 딴소리가 바뀌시는듯. 덜덜(...)
    시즈루는 그냥 묻힌거 같아요.
  • 인간♡실격 2009/09/20 20:04 #

    '백합물이니까 괜찮잖아'라는 목소리는 제가 처음 접했을 때도 있었지만, '... 뭐, 뭐야 이건?!'이라는 반응이 압도적이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후자는 거의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카도노는_시대를_초월하고_있었다.txt
  • 유이 2009/09/19 10:19 # 삭제 답글

    태클은 아닌데 시즈루는 학산이었........;;
    전 보고 책 찢어버릴 뻔했습니다. 그래도 명왕고 짐승의 댄스도 싰고, 사건 시리즈도 살 겁니다만, 시즈루는 해도해도 너무했어요.

    그나저나 미스터리 크로노 작가가 그분이셨군요. 아악, 살 게 늘어난다!! 심지어 또 연재 중단작!! 왜 제가 좋아하는 건 심심하면 연재가 중단될까요?
  • 인간♡실격 2009/09/20 20:16 #

    아차, 학산에서 나온 거였군요. ㅠ_ㅠ
    사실 저는 미스터리 트릭에 그다지 집중하진 않았는데, 그 당시까지만 해도 역시 '카도노 코우헤이'라는 이름의 위상(..)이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시즈루 시리즈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도 역시 그 당시에 읽었기 때문일 듯. 그러나 그 이후 『코즈믹』을 읽으면서 저는 극히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지요 (..)

    아직은 연재중단일지 확실하지 않은데, 저 신작 2권이 나오면 접은 거 맞겠지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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