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4권 - 러브코메디랑 코메디는 다르지요?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4 - 10점
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미나미에게 받은 충격적인 키스! 놀란 나머지 어안이 벙벙한 아키히사. 현장에는 F반 학생들이 나타나고 곧장 임시사문회(공개처형과 동의어)가 집행되는데!
 한편, 그런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반은 F반에 대한 무력 제재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으니! 최대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유우지가 펼치는 작전이란?
 그리고 작전 수행 때문에 납작가슴은 폭풍 속의 배처럼 마구 출렁이는데――!
 “………모순이야.” (by 무츠리니)
 러브 코미디 만발, 대망의 제4권!!


'마성의 바보' 시리즈 순항중!


 한 때 『문학소녀』 시리즈와 함께 패미통 문고의 투 톱이던, 『바시소』 시리즈. 문학소녀 시리즈가 완결된 지금은 바야흐로 원톱! 코믹화 -> TV 애니메이션화도 진행중으로 그 인기는 점점 상승! 할 것으로 추정되는 바입니다. PV도 꽤 괜찮은 퀄리티였고.

 최근 들어 가장 즐겁게 보고 있는 라이트노벨 중 하나인데, 제대로 언급한 적이 없었으므로 간단히 소개.
 인간을 평가함에 있어서 학력이 가장 우선시되는 현대 사회. 일본의 어떤 고등학교에서 그 사회적 부조리는 극에 달해, 반 배정 시험의 결과로 학습환경까지 결정지어집니다. 열등반에 들어간 먼지 가득한 교실에서, 귤 상자를 책상으로 삼아 공부해야 하는 가혹한 환경. 현대적 교육이념에 역행하는 차별교육. 그런 학교 시스템에 반항한 끝에 문제학생으로 매도되어, 정상적 교과학습 이외에도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만 하는 주인공 요시이 아키히사.
  그 모든 것을 그저 바보스러운 웃음과 함께 참아내던 그였지만, 마음에 담고 있었던 소녀 히메지 미즈키가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시험 실패로 자신과 같은 반에 들어오게 되자 분개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 뿐. '그렇다면 시험 성적으로 다른 반에게 이겨라'.
 용기를 내서 싸움에 대비하는 아키히사와 그 친구들.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상층부에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요? 노력 끝에 승리한다 해도, 그 결과는 결국 다른 자들이 자신들 때문에 차별받는 것 뿐 아닌가? 모순의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요시이 아키히사,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과연 이 싸움에서 올바른 대답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싸움의 끝에 존재하는 진실의 모습이란……?

 이런 작품은 아니고요,
 주위의 소녀들을 어느 사이엔가 전부 자신에게 빠지게 만든다는 '마성의 바보' 요시이 아키히사. 둔감함을 가장하고 차근차근 하렘을 넓혀가는 그와 함께 하는 것은, 본처 키리시마 쇼코에게서 해방될 날만을 기다리는 '책사' 사카모토 유우지, 퓨어한 도촬마 '무츠리니' 츠치야 코우타, 변환자재 성별불명의 '眞 히로인' 키노시타 히데요시.
 4인방은 하렘 확장을 위한 군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메이드 차이나드레스 카페 운영을 개시한다. 톱 웨이트리스 전원은 아키히사에게 마음을 빼앗긴 가엾은 소녀들. 그 중에는, 아직 어리디 어린 소녀도 있었으나…… (곰인형으로 꼬드겼다)
 하늘도 이 악덕을 용서하지 않으셨음인가, 이들을 물리치고 세상에 올바른 뜻(정의)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한 라이벌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업 방해, 점원 납치, 공갈, 사기…….
 학교, 그리고 축제라는 이름의 치외법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대 격전. 학교 제일의 권력자로부터의 비밀 제안. 과연 정의는 어느 쪽에 있는가!

 이런 작품도 아니고요.
 '아직 애들이로군.'
 소년, 요시이 아키히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학교에서 온 단체 여행, 그것도 그 장소가 온천이라고 하면 멍청한 생각을 떠올리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여탕을 엿보고 싶다. 혈기가 너무 넘쳐서 뇌가 제대로 돌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니까 가능한 생각이다.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요시이 아키히사는 그 소년들의 중앙에 있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단 한 사람, 키노시타 히데요시가 그 소년들 중에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이목구비, 매끄럽고 하얀 피부, 잘 어울리는 단발. 미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이지만, 그 역시 아직 어린 소년. 여탕을 엿보자는 제안에 소극적일지언정 적극적 반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요시이 아키히사는 소년들과 함께 있었다. 엄밀한 경계를 뚫고 여탕을 엿본다는 어리석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에 둔 소년의 호감을 사기 위해.
 '하지만 히데요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너의 몸이다!'
 기회는 곧 찾아오리라. 키노시타 히데요시는 같은 방, 바로 곁에서 잠들 테니까. 소문난 호인 요시이 아키히사에 대한 경계는 얕다. 무구한 소년은 곧 스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신본격 하드 XX XXX의 새로운 시대가 바로 지금 열린다!

 같은 작품도 아닙니다, 아마…… ;;

 정확히는 (1+2+3)x바보² 정도를 하면, 대충 이 작품의 특징이 나옵니다. 【(성적에 의한 분반 시험 + 시험 성적에 따라 강함이 결정되는 시험 소환수 + 시험 성적에 의한 배틀 + 러브코메디 풍 해프닝 + 히데요시)x바보²】 = 바보 풀 러프 스토리Baka fool rough story 지요.
 말 그대로 바보가 넘쳐나는 이야기로, 등장인물 전원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개그물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거침없는 악담, 유머러스한 문장, 폭력적인 히로인들(..), 마음을 치유해주는 히데요시(호모 개그와도 약간 다른 기분이…… ;;) 등등. 매 장 처음에 들어 있는 가상 시험의 오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하지만 러브코메디랑 코메디는 다릅니다


 3권 마지막의 사건이 예고했듯이, 4권은 그 동안 양념 정도로만 등장했던 연애 요소가 전면으로 부상합니다. 시리즈가 계속 진행되며 시험 배틀이라는 요소의 신선함이 많이 감소한데다, 연애 요소가 꾸준히 증가해 왔거든요. 따라서 당연한 전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조금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일단 전개의 문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가, 각 권마다 큰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1권에서는 시험 배틀, 2권에서는 학교 축제, 3권에서는 여탕 엿보기 등)해 두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이 문제를 잘 처리하지 않으면 개그에 몰입하다가 이야기가 표류하는 문제라든가, 하하호호 웃기는 했는데 아무 사건도 없었던 허무한 감각을 받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데 4권은 크게 보자면 [미나미의 키스와 연관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중간쯤에서 한 번 맥이 끊어지고 나서 헐겁게 시험 배틀 이야기로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도로를 따라 달리며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공사중이라 200m쯤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기분? (..)

 그리고 또 하나, 러브코메디의 농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야기를 즐기는 인간에게는 3대 욕구 이외에도 커다란 욕망이 몇 개 있는데, 저는 그 중 하나를 '뚜쟁이의 욕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구 문명권의 영향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현대 사회의 인간은 연애/사랑에 대해 환상/동경심을 갖도록 되어 있고,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매력적이면 자신도 모르게 짝을 지으려 들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커플이 이어지는가 아닌가는 매우 중대한 관심사로, 주먹질 하느라 바빠서 심리묘사나 배경설명 할 시간 떼어먹는 헐리웃 영화에서도 남녀 커플 키스신은 길게 넣는단 말이죠. 한국에서는 모든 드라마가 '~에서 연애한다'로 끝난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다른 나라도 비슷한 듯 합니다. 다만 미국 드라마는 이 커플이 찢어졌다가 다른 커플을 만들었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하는 일이 많다는 정도?
 각설하고, 그렇기 때문에 연애 요소는 어느 장르에 넣어도 환영 받습니다. 알거 다 알만한 나이의 남자들이 칼 들고 내가 더 쎄다~ 놀이하는 소설(..)을 써야 하는 무협 작가들도 연애 요소 못 넣는다고 욕 먹을 정도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걸 잘 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마음의 문제를 파고들면 이야기는 느려지고, 인물 간의 균형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요소였던 연애 이야기가 슬금슬금 전면으로 치고 올라오거든요.
 러브코메디도 마찬가지에요. 일반적으로는 솔직하지 못함, 착각, 실수, 말할 수 없는 비밀, 인물의 세계관에 의한 충돌, 성적 특성에 대한 인식(-_-) 같은 엇갈림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 해프닝이 주된 특징이지만,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 인물의 심리가 드러나고 엇갈림 요소가 교정되며 충돌이 하나의 관계로 얽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의 둔감함과 소녀들의 호감 사이의 마찰이라는 러브코메디 요소를 코메디의 일부로만 사용해 왔던 시리즈 특성상, 이번 권에서는 그 갈 길을 조금 더 확실히 해야 했을 겁니다. 분명히 각 인물의 변화는 보였지만, [아키히사는 크면 누구랑 결혼할래?] [히데요시!] 라고 답할 것 같은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막상 중심인물로 서 있어야 할 미나미는 중반 이후에는 저 멀리 빠져 있다는 느낌이었고. ㅠ_ㅠ

 코메디와 러브코메디는 엄연히 다른데, 지금까지 한 쪽으로 쏠려 있었던 추를 조절하다가 어중간한 영역에서 멈춘 듯한 기분이라 상당히 아쉽습니다.


 2줄 요약.
 갈릴레이 갈릴레오 : "그래도 히데요시는 귀여웠다."
 이 작품이 정말 러브코메디가 되고 싶다면, 주인공이 히데요시에게 고백하려고 마음 먹는 길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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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사람 2009/08/20 19:22 # 답글

    부정할 수 없는 결론이군요(...).
  • 인간♡실격 2009/08/20 19:45 #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냉국 코에 붓는다는 격언(..)의 대표적인 케이스지요. 작가와 팬과 주인공이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인물이 따로 있으니 (..)
  • 리셋⁴ 2009/08/21 08:17 # 답글

    아키의 제 마음속의 포지션이 갈수록 톰과 제리의 "톰"의 포지션으로 옮겨가고 있어서 난감합니다.

    식상해져가고 있는 시리즈에 처음으로 연애요소를 부각시킨 것 까지는 좋았지만, 좀 안일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드네요.
  • 인간♡실격 2009/08/21 09:05 #

    실제로 러브코미디에 그다지 비중을 두고 시작했던 시리즈가 아니다보니. 오히려 4권에서 아주 약간 싹을 심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키스를 받고도 자신에게 오는 러브콜을 눈치 못챈다는 구조로 진행하다니, 안 될 거예요 (..)
  • 연안갈매기 2009/08/21 22:33 # 삭제 답글

    학생회 시리즈, 도시락 전쟁, 바시소를 보고 느낀건

    역시

    코미디물은 3권 완결이 제맛.
  • 인간♡실격 2009/09/04 02:26 #

    학생회 시리즈는 3권 읽는 중인데 그냥저냥 볼만하고, 다른 두 권은 잘 모르겠군요. 당장 바시소 3.5권은 아주 재미있었으니까 (..)
  • Ranbel 2009/08/31 11:39 # 삭제 답글

    러브콜을 보내는 방향이 틀렸어!( ..)
  • 인간♡실격 2009/09/04 02:26 #

    이쪽으로 보내주기를 요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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