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설레발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요즘 이글루스 운영을 보면 조금 불안합니다. 다른 건 둘째치고 [올해 연말까지 뭔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함이 눈에 보이는 것 같거든요. 운영에서 계속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도 그렇고, 새벽마다 상태가 악화되는 것도 그렇고요. 뭔가 조금씩 패치를 하고 있거나 급한 패치 내용을 수정하거나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무슨 징조인지는 (..)
어쨌든 저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딱히 이글루스를 떠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어딜 가든 불만은 있을 테고, 제 판단으로는 어딜 가든 [딱히 이글루스보다 좋은 곳]도 없거든요. -_-;;; 가입형 서비스는 어디라도 이글루스와 똑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고, 개인 계정의 홈페이지/설치형 블로그는 초기 진입 어려움/용량과 트래픽의 압박을 신경쓸 수 밖에 없죠.
반발이 계속 터져나오는데도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강행하는 건, 그래도 실제로는 저 같은 유저의 수가 조금 더 많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겠지요. (..)
어쨌든 제가 지금 걱정하는 건 그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이글루스가 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문제입니다.
망하게 되는 계기가 [가입자 수도 별로 안 되는 소규모 커뮤니티라서]든, [분위기 변화/운영에 불만을 가진 유저의 대거 이탈] 때문이든, 어쨌든 그렇게 망했을 경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제가 이글루스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강점은, [너무 크지 않은 규모] / [잘 짜여 있는 커뮤니티 구조] / [오덕에게 친절한 성향] 등입니다. 펌 문화가 없다거나, 유저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는 것도 대충 포함되는 거겠지요. 물론 저는 오덕한 중학생과는 하하호호 할 수 있어도 [오덕은 죽어]를 외치는 성인과는 하하호호 못 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높다고 안심하지는 못 합니다만. -_-;;;
나열한 부분들이 어떻게 해서 장점이 되냐면,
1. 너무 크지 않은 규모.
가입자 수 30만짜리 웹 서비스를 이렇게 부르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큰 동네는 저를 쓸쓸하게 합니다. 적당히 폐쇄적이고 적당히 개방된 공간이 필요해요. 이글루스는 메인/밸리만 돌아보면 대략적인 이슈를 파악할 수 있고, 가끔 떡밥도 물어가면서 활동할 수 있죠. 가끔 작정하면 이오공감 보내주세요 ㄱㄱ로 떡밥 투척도 가능하고(-_-).
나는 새로운 세계의 신네이버 최대의 블로거가 된다 같은 방대한 야심과 위대한 근성으로 활동하는 게 아닌 이상, 적당한 소속감과 적당한 이슈 인풋은 필요하거든요. 사는 동네가 너무 커져 버리면, 자기 주변에 와 닿는 일이 줄어들어서 자기 완성의 길 밖에 걸을 수 없게 되어버려요. (..)
2. 잘 짜여 있는 커뮤니티 구조.
1에서 연결되는 건데, 이런저런 불만이 많긴 해도 이글루스의 밸리/이오공감은 잘 짜여져 있는 시스템입니다. 관련 글을 모으고, 이슈화시키고, 사람들이 평소에 관심을 갖지 않던 부분을 신경 쓰게 하며, 사람들을 느슨하지만 힘있는 고리로 묶도록 도와주죠. 설치형 서비스는 거의 언제나 이 부분에 약점이 있고,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도 이글루스에 비하면 살짝 소속감이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보는 느낌이랄까 (..) 이웃과 이웃을 엮어주는 건 가능한데, 그것보다 살짝 한 단계 위까지는 쉽게 엮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RSS 리더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이글루 링크는 여전히 유용하고, 계속 불만이었던 덧글 확인도 요즘엔 매우 편해졌고요. 물론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스템도 있지만(가든/추천 블로그 등) (..)
3. 오덕에게 친절한 성향.
사실 진짜 문제는 이것입니다.
티스토리를 찾아가 보았는데 책 관련 주제란이 안 보입니다 우아아앙 ㅠ_ㅠ 네이버 블로그에는 문학/책 관련 주제가 있었는데, 드래곤 라자 이야기가 없어요! (..) 어떻게 이럴수가! (..) 저에게 이런 곳에서 살라니 말도 안 됩니다! (..)
……라는 건 농담이지만.
흔히 말하는 [파워 블로거]는 네이버 블로그에 있을 가능성이 크겠죠. 포스트가 네이버 톱 화면에 표시될 경우 어느 정도의 방문자가 나올지는 짐작도 안 갑니다(..). 그거 아니더라도 유저의 수가 일정 수를 넘어서면, 분명히 질과 양 모두 만족스러운 컨텐츠가 생산될 테니까요. 그건 아마 오덕용 컨텐츠도 비슷할 거예요. (..)
하지만 실제로 오덕한 성향에 대해 어느 정도 관대한가는 전혀 다른 문제일 겁니다. 이 부분은 관리자 공인(http://bloter.net/archives/4205 를 참조)이고, 실제로도 이글루스가 저런 성향의 자료를 찾기가 쉬운 편이죠. 목적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검색]으로 자료가 노출되는 것과, 로그인 해서 조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저런 자료가 노출되는 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제게 있어서 장점인 저 부분들이, 많은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큰 장점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거죠(..). 일단은 유저수 30만 조금 넘는 서비스가 연명하고 있는 것부터가 용하고(..), 장점으로 꼽은 오덕 커뮤니티 성향은 껄끄러워 하는 분도 많죠. 나쁘게 말하면, [좁은 영역에서의 동료찾기 / 자기과시와 배타성]이야 말로 오덕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정리하며.
흔히 이글루스의 장점으로 꼽는 점들은 상당히 과장되었거나 자기 만족적인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상당한 매력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많은 분들이 단점으로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 불만을 못 느끼는데, 그건 이글루스가 제게 주는 만족감과 함께 '다른 곳도 별 차이 없는데-_-;;;'라는 느낌 때문이고요.
이글루스를 떠나서 갈 곳은, 일단 지금의 제게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대안도 제게는 많이 부족하거든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혹시 정말 망하면 어쩌나 불안한 것이고요.
약속된 승리의 3줄 요약.
이글루스 떠날 생각은 없어요.
변하는 것도 괜찮은데, 너무 변해버리면 전 정말 갈 곳이 없습니다 ㅠ_ㅠ
그러니까 좀 잘 하란 말입니다 이글루스 ㅠ_ㅠ




덧글
시오、 2008/11/28 15:58 # 답글
장점 일이삼과 3줄요약에 동감입니다만, 일단 백업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실격 2008/11/28 16:08 #
개인적 애정은 둘째치고 대체제가 없어요 ㅠ_ㅠ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위해 백업이 필요하다면 조금 느긋하게 해야 할 듯? 오늘 낮에 프리덤 서비스에 들어가 봤더니 터지려고 하더군요 (..)
시오、 2008/11/28 16:16 #
그렇죠, 대체재가 없어요. 있으면 다 그리로 갔을 듯. 텍스트큐브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데, 이건 설치형인데다가 tt랑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 같아서;; 벌써 어떤 분은 손들고 나오셨다고 하고. 그냥 일본 블로그로 넘어갈까 싶기도해요. 실제로 또 제가 아는 분은 티스토리랑 라이브도어 같이 돌리실 거라고 하시더군요.전 몇개월전에 프리덤을 써봤는데 에러나더군요; 수동백업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고.... 누가 이글루스 백업툴좀 개발해주면 좋겠어요....ㅠㅠㅠㅠ
인간♡실격 2008/11/28 16:21 #
구글에서 텍스트큐브를 이용한 가입형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하니 거기에 주목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저는 구글도, 구글의 프로그램도 매우 좋아하지만, 구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라고 해서 엄청나게 다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요. 태터도 텍스트큐브도 좋아하지만.일본 서비스는 역시 외국 거쳐오는 거니 느리지 않으려나요. (..) 로그인 화면이 일본어면 또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 ㅠ_ㅠ 너무 고립된 것도, 너무 착 달라붙어 있는 것도 아닌, 그런 커뮤니티를 원하는 것이다보니. ^^;;;
인간♡실격 2008/11/28 17:17 #
IT 밸리를 돌아보니 별도의 백업툴 만들려는 분도 계시는 듯. 사실 예전에 SK와 통합될 때도 비슷한 게 만들어진 적이 있었죠. 조금 기다려 보셔도 될 듯?
샘이 2008/11/28 16:02 # 답글
덕후루스;;;;;;;;
인간♡실격 2008/11/28 16:09 #
오덕에게 시민권이 주어질 날은 언제일까요.
로릭 2008/11/28 16:09 # 답글
판갤에서도 달았지만 저도 불안합니다.물색해 봐도 마땅한 곳이 없고.
귀찮기도 하고(...)
인간♡실격 2008/11/28 16:14 #
이글루스와 비슷한 시기에 오픈했지만 정말로 묻혀 가는 블로그인도 아직 운영하고 있으니(..), 정말로 망하지야 않겠지요. 네이트 통과 합병! 같은 무서운 일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만 (..)귀찮은 건 그럭저럭 참을만 한데, 그렇게 귀찮음을 감수한 후에 얻을 수 있는 게 적으면 피곤하죠 ㅠ_ㅠ
슬견 2008/11/28 16:12 # 답글
'적당히'를 넘어서 정말 골룸스럽습니다 ㅠㅠ
인간♡실격 2008/11/28 16:16 #
개정 약관이 너무 멋있긴 했어요.개정 약관 보기 전까진 [12월까지 실적 못 내면 서비스 닫는다는 엄포라도 내렸나?] 했는데, 지금은 [내렸을 거야]라는 느낌입니다 (..) 특히 신경쓰이는 게 [펌]을 허락하는 약관 부분인데, 이거 아무리 봐도 네이트 통과 합병하려고 미리 준비중인 것처럼 보여서 두근두근 (..)
시안 2008/11/28 18:59 # 답글
전 막 다시 이사왔을 뿐인데, 이사 가시려는 분들이 많아서 슬픕니다(..)실격님처럼 남아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ㅠ_ㅠ
인간♡실격 2008/11/29 19:58 #
망하지만 않으면 떠날 생각은 없는데(..) 바로 그게 불안해서 문제인 상황.유저가 다 떠나면 남을 이유가 없어질 테고, 서비스가 망하면 남고 싶어도 못 남겠죠. 솔직히 저는 후자가 더 가능성 높아 보여서 겁이 납니다 (..)
2008/11/29 05:2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인간♡실격 2008/11/29 20:02 #
흑, 시간은 늘 있는데 기력과 자금이 없지요 흑흑.요즘 뭘 하고 지내시길래. ^^;;;
한무토 2008/11/29 13:38 # 답글
'올해 연말까지 뭔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대사 남일 같지 않아서 가슴이 쓰려요;;;갑자기 이글루스 운영진에게 동정심이 불끈불끈...(아 정말 남일이 아니라서 ㅜ.ㅜ)
인간♡실격 2008/11/29 20:03 #
저도 이젠 짤렸지만 회사에서 일할 때가 딱 그 상황이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저질러야만 했던 수 많은 과오가 (...)
뱀 2008/11/29 13:46 # 답글
이글루스가 참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세줄요약에 공감하고 갑니다.
인간♡실격 2008/11/29 20:06 #
저의 마음은 슬프고 눈물이 납니다. 흑.
2008/11/30 19:2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08/12/02 23:1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clipse 2008/12/12 13:29 # 삭제 답글
이 글 보니까 당장 이글루스로 블로그를 옮기고 싶어지네요(...)
인간♡실격 2009/01/22 13:12 #
네이버의 오덕도 역시 절대 낮지 않습니다 (..)차이라면 네이버는 광활한 바다와 같아서 소금 맷돌 한 두개 정도로는 짠 맛도 안 난다는 정도? (..)
나늬 2008/12/14 02:21 # 답글
안녕하십미카. 듣보잡 판갤러 나늬이빈다.거두절미하고 링크납치 ㄳ
인간♡실격 2009/01/22 13:12 #
거두절미하고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