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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책' 관련 잡담.

 소설도 써야 하고 감상을 쓰고 싶은 책도 꽤 많은데 손이 잘 가질 않네요.
 막 들떠서 안테노라 사이크 감상을 쓰고 났더니 어째 진이 완전히 빠진 것 같아요. 게다가 너무 좋은 점만 써서 기대감이 팍 올라간 탓에 실망한 분도 있는 게 아닐까 불안하기까지. orz 구입하셔야 겠다고 쓰신 덧글 달아주신 분들 블로그 훔쳐보며 겁에 떨고 있는 중이에요.
 역시 조금 오버한 기운이 풍기기도 하고, 추천이라는 말을 달려면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철저하게 작품을 분석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다고 쓴 거라 사실은 다르게 쓰려고 해도 못 쓰지 않았을까 싶지만. orz
 어쨌든 그래서 기분전환 삼아 조금 가볍게 잡담.


 1. 이오공감 효과.

 그 전까지 총 방문자수가 1700Hit 정도였던 이 블로그가, 월요일 하루에만 700Hit를 기록했어요. 조금 무서워요. orz


 2. 암흑관의 살인.

 어떤 게임에서 본 것과 같은 메인 트릭이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어쨌든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아야츠지 유키토씨의 작품은 '십각관', '시계관'밖에 읽지 못해서 그 두 작품과 이 작품 사이에 펼쳐져 있는 갭이 꽤 오묘하게 느껴지네요. 십각관이라는 건물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립된 장소였고, 시계관이라는 건물은 (후반에) 사건의 진상과 맞물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소로 기능했지만, 암흑관의 경우에는 명백히 이쪽이 작품의 주역이라는 느낌이에요. '이질성', '이상성'의 상징으로서 굳게 군림하고 있던 암흑관이, 마지막에 [십자가 모양으로 개축되었다]는 부분은 묘하게 가슴에 와 닿아서 약간 훌쩍.
 건물의 이질성이 그 안의 인물들을 대표하는 점에선 '망량의 상자'가 생각나기도 하고, 작품 내의 탐정역(비스무리한)인 겐지와 '나'에 대한 묘사에서는 '고도의 오니'가 생각났어요. 일본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은 작품에는 차갑고 냉정한 논리와 배치되는 감상적인 요소가 꼭 존재했던 것 같네요. 평범한 사람이 '범죄'와 '일탈'에 대해서 느끼는 이상한 동경 때문일까요. --- 중학교 다니던 시절, 동네 서점에서 '범죄 실화'나 '사건 기록' 같은 거 실린 책을 두근거리며 읽던 저는 orz
 모 게임과 메인 트릭이 흡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일반적인 이야기의 서술과 다른 이 구조는 아무래도 일본 내에서 차근차근 싹이 커 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당장 십각관의 서술 트릭부터가 그 징조를 느끼게 하는데다,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 '조커'도 이런 메타 픽션적 요소가 들어 있고. 놀랍고 독창적으로 보이는 요소도 어딘가에는 기반이 있어서 존재하는 거겠죠.


 3. 휘긴경, D&D 표절 인정.

 표절이냐 무단도용이냐 SRD는 써도 되냐 OGL 표시를 해야 하지 않느냐 이 작품만 문제냐 WotC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 배상은 어떻게 하라고 할 것이냐 그 조건이 과하다 느껴지면 어떻게 하느냐 등등의 문제가 많이 있네요.

 일단 시오、님 블로그에 달았던 덧글을 살짝 재활용.
 그 저작권 관련 글에 추천평을 달았던 사람이기도 하지만, 저 당시에는 '출간'이라든가 하는 게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지금 기준으로 옛 작품을 평가하는 것도 좀 어렵다고 생각해요.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긴 하지만, 또 편들어주고 싶은 기분.
 비상하는 매가 연재를 시작했던 게 1996년 경인데, 이 때는 아직 통신상에 썼던 글이 출간된다는 게 거의 환상적인 시기였거든요. 내심 '잘되면 출간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요즘과는 달라서, 말 그대로 출간은 꿈의 영역이었어요. 퇴마록, 레기오스, 바람의 마도사 등의 출간 케이스가 있기는 해도 딱 그 정도였으니까요.(자음과 모음이 등장하는 건 2년 정도 후)
당연히 글 쓰는 사람들은 전부 아마추어였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영향받은 것들을 드러내는 게 당연했던 시기죠.  게임이나 만화에서 본 것들을 가져오거나 하는 걸 크게 이상해하지도 않았어요. 그런 상태에서 출간에 대한 제의가 오고, 자기가 쓴 것에 형태를 주고 싶어한 사람들이 그렇게 작가가 되고, 토대도 선배도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프로 작가', '선배 작가'가 되어서 '-다운' 처신을 할 것을 요구받았고요. 상처도 받고 삽질도 하고 하면서 힘겹게 어느 정도 영역에 도달한 게 지금인데, 이제 과거의 치기를 비판받는 상황이 된 거고요.
 이야기가 나온 시기가 참 오묘한 게, 저작권 관련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때는 그런 시기였고, 지금은 달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거죠.(사실 저는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못본 척 하거나 시대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휘긴경의 경우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는 잘 모르지만, 잘 정리되길 바라며 기다릴 뿐이에요.

 요약하면 올바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이고, 휘긴경이 문제를 인정하고 나선 덕에 조금 안심이 된다고 할까요.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멋있죠.

  그리고 관련 사항 몇 가지.
  1) 고유명사를 쓴 게 그렇게 문제? -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항이에요. 환상처단자에서 '유골로스'라는 단어가 나와서 기겁한 때와 비슷하죠. 제가 소설을 쓸 때 머리에 번개 모양 흉터가 있는 '해리 포터'라는 소년을 내보내면 롤링 여사가 화를 낼 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표절과 관련된 문제는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좀 처리하기가 어려워서, '얼마나 피해를 입었고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가'는 아무도 잘라서 말할 수 없어요. 제가 제 소설에 코카콜라라는 음료를 내보냈을 때, 코카콜라 사가 화를 낼지 아닐지는 짐작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WotC가 휘긴경에게 어떻게 반응할지가 꽤 궁금한 상황.

  2) SRD의 내용을 사용했다는데? - 이 부분은 조금 어려운데, SRD는 WotC에서 D20 시스템이라는 RPG 규칙을 내면서 공개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한 부분이에요. 20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인물이나 상황을 콘트롤한다는 게 그 핵심적인 요소라서 D20 이라고 부르죠. 자신들의 RPG 시스템에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그렇기에 자신들이 지원하지 않는 RPG도 동일한 기반의 룰로 즐기도록 해서 RPG계 전반에서 자신들의 점유율을 높이려 한 것이죠. 실제로 이것에 의해 D20 시스템의 점유율은 매우 높은 상태에요.(D20으로 시작했지만 거기에서 벗어난다거나, D20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해도 D20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지만, 그건 다른 문제니까 여기선 생략) 유명한 Dungeons & Dragons가 바로 이 D20을 사용하고 있죠.(조금 다른 부분도 있지만 역시 생략)
  Open Game Lisence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SRD의 내용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아요. SRD를 이용해 만든 것은 자유배포되어야만 하지만, 허가 하에 D20이라는 로고를 붙이면 자신의 저작물로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게임만이 아닌 다른 부분에도 OGL은 적용됩니다'라고 해도, 역시 다른 게임에 사용될 가능성을 중시하고 있는 규칙이라 지금처럼 소설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지 조금 애매하네요.
  가장 어려운 건 SRD의 내용 중에는 WotC에서 '독자적인 저작물'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것도 섞여 있다는 거죠. 구전되어오는 몬스터, 너무 간단한 조어로 만들어진 아이템이나 마법의 이름 등. 그러니까 작품 내에'파이어 볼'이라는 마법이 등장한다고 해서 D&D 표절이라고 고소될 가능성은 낮아요. SRD에 있는 파이어 볼의 설명에 대한 텍스트를 그대로 옮겨적거나 하지 않는다면.

  3) 표절의 판단 - 표절은 실제로 많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그 실체가 없는 것이기도 해요. '스토리 요약이 똑같아!'나 '이 소재 어디서 베꼈어!'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표절이다 아니다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어요. 소송이 이루어지고 법정에서 그 유사성 여부로 판단이 내려진 후에도 애매한 경우가 존재하죠. 철저하게 라이센스를 따지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작가의 양심이나 감상자들의 입만 아프고 끝나는 거에요.
  아시다시피 한국의 판타지 소설은 [영어권의 판타지 소설 -> 미국의 RPG -> 미국의 CRPG -> 일본의 CRPG -> 일본의 판타지 소설 -> 일본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 한국의 판타지 소설] 에 차례대로 빚을 지고 있어요. 이 중 어느 쪽에도 영향받지 않는 건 불가능하죠. 장르는 '익숙함'과 '참신함'이 계속 얽혀서 존재하는 거니까요.
  중요한 점은 '표절 의혹에 대해 너무 관대해도' 글을 쓰기 어렵고, '표절 의혹에 대해 너무 집착해도'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 뭔가 비슷한 게 보이면 일단 비난하고 보는 건 위험해요. 작가는 새로우려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아무리 애써도 '완전히 새로운 것' 따위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4) 표절 논쟁 후에 남아야 할 것 - 휘긴경이 D&D를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관련 커뮤니티는 꽤 시끄러웠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질문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저기, 제 소설에 오크 나오는데 표절인가요? 고소당할까요?' 몰라요, 저도. 위험하다 싶은 부분과 아니다 싶은 부분을 정리할 순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걸요.
  중요한 건 직접 생각하는 거예요. 작품 안에 들어가는 요소는 얼마나 '익숙한' 것일까요. 왜 익숙한 걸까요. 대체물은 없을까요. 그 요소는 어디에서 왔고, 그 요소를 작품에 삽입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올까요. 그것을 반드시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저것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몰랐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고,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서 '최선이 아니었다'는 의미가 되는 거니까요.

 오랫동안 곪아 있던 상처를 째면 아프기 마련이죠. 이 진통이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4. 타토에서 오다 1권.

 으, 으음…….
 새로운 느낌이 들긴 하는데 너무 현란해요. 그래서 주인공의 목적의식을 찾아내기가 조금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 따라 잡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목적의식을 찾기가…… (이하 무한반복)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에요.


 5. 제로 퍼펙드 디멘션 1권.

 으, 으음…….
 게임을 해봤고 소설도 1권은 본 것 같은데(만화책은 안 읽었지만), 예전보다 더욱 산만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orz
 책은 예뻐요. 하얀 색이 바탕 컬러인 시드노벨 사이에 유일하게 검은 색 바탕 컬러로 있으니까 더욱 눈에 띄네요.


 6. 전국 바사라 2 영웅외전.

 책은 아니지만, 요즘 심심할 때는 바로 이 작품!
 오이치 시나리오는 너무 무서웠어요……. orz


 7. 짧게 쓸 생각이었는데 뭐가 이리 길어진 거야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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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파인로 2007/12/07 08:09 # 답글

    분명 WotC에서 SRD를 공개한 건 굉장히 관용적인 처사이고 그걸로 WotC와 SRD를 사용하는 양측이 윈-윈으로 행복하니 참 바람직하다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어쩐지 SRD를 공개한 배경에는 WotC가 자신들의 고유한 창작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을 포기하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전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려니 뒷감당이 골치 아팠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SRD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요.
  • 인간♡실격 2007/12/07 10:01 # 답글

    파인로님 // 어느 정도는 그 문제도 있겠지요. 그러나 거의 모든 게임들이 그런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모든 회사들이 SRD를 공개하지는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죠. SRD라는 형태가 있건 없건 자신들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있는 거니까요. 저는 D20 SRD와 OGL은 '다른 RPG'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거라서 소설에 대해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썼지만, 그게 SRD의 내용은 가져다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OGL 붙이고 나오는 소설이 있다면 WotC도 당황할 걸요(..). '얘들 뭐야 무서워' 이러면서.

    WotC는 어디까지나 게임 회사고, SRD의 공개는 자사의 게임 셰어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봐야 할 거예요. D20 시스템의 코어는 어디에서나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즐겨본 사람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WotC는 자신들의 '규모'에 의해 본좌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그 이상의 의도에 대해 추측하는 건 좀 어려울 듯.

    실제로 WotC는 다음부터 D20 SRD를 만들지 않을 거라는 소문도 있어요. D20의 시장 장악력은 꽤 높지만 막상 WotC를 제외하곤 D20으로 돈 번 사람이 별로 없다는 투덜거림도 있고(반대로 WotC가 벌 수 있는 걸 못 벌었다는 시각도 있지요), 후반 들어 D20과 흡사하지만 D20 로고도 OGL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게임들이 발매된 점(WotC와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몰라요) 등도 있어서요.

    세상은 어려워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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